대리구매 사기, 이상봉 디자이너 아들도 당했다

코트라직원 사칭 물품구매 요청
입금 후 잠적해 2400만원 편취
계좌도 개인명의…가짜신원 확인
警 “기관 사칭 전형적 사기 수법”



TV 프로그램과 한글 디자이너 등으로 이름으로 알린 이상봉 디자이너의 아들 이청청 대표가 ‘대리 구매’ 사기 피해를 당했다. 사기범은 일전에 이 대표가 거래한 적 있는 기관으로 속이며 접근해 약 2400만원의 물품 대리구매를 부탁했고 입금이 되자 자취를 감췄다.

이 대표는 서울 강남경찰서에 사기피해를 접수했다. 경찰은 6일 이 대표를 불러 고소인 조사를 했다. 그는 패션 브랜드 ‘라이’의 대표이자 총괄 디렉터로, 다양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대를 이은 디자이너 2세로도 이름을 알렸다.

이처럼 기업을 직접 경영해 온 이 대표도 속을 수밖에 없도록 사기범은 치밀하게 다가왔다. 지난 2일 오전 이 대표가 운영하는 패션 회사에 주문이 들어왔다. 본인을 코트라 총무팀 소속 김준호 과장이라고 소개한 사기꾼의 주문이었다.

김 과장은 “과거 이 대표의 업체와 코트라 간 실제 거래가 생각나서 연락했다”며 가방 디자인과 생산 일정 등을 조율했다. 이 대표는 과거에 코트라와 협업했던 이력을 김 과장이란 사람이 언급하기에 의심하지 못했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 김 과장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 왔다. 이번엔 ‘전기차 화재 질식 소화포’를 대리 구매해 줄 수 있냐는 부탁이었다. 김 과장은 “개당 130만원에 구매할 수 있는데 관공서에서 주문하니 개당 160만원을 달라고 하더라”며 “2400만원어치를 대신 구매해 납품해 줄 수 있느냐”고 요청했다. 이 대표는 고객에게 선의를 베푼다는 마음으로 이 요청에 응했다.

김 과장은 구매처로 A안전산업이란 회사를 일러줬다. 이 대표는 이 회사의 관계자와도 직접 통화했다. 해당 관계자가 알려준 계좌로 총 2420만원을 송금했다. 이때 이 대표가 송금한 계좌명이 A안전산업이 아닌 개인 명의였는데 그 이유를 관계자에게 묻자 “A안전산업의 공동대표 명의다. 염려할 것 없다”고 둘러댔다.

피해금을 입금한 후 김 과장이 또 연락했다. 이번엔 개당 300만원인 소화포를 대리 구매해달라는 것이었다. 총 20개. 총 6000만원어치를 주문해달라는 부탁이었다. 김 과장은 ‘이번엔 대리 구매 이윤까지 남겨주겠다’고 했다.

뭔가 수상함을 눈치챈 이 대표는 코트라 측에 총무팀 소속 김준호 과장의 재직 여부를 확인했다. 확인 결과 김 과장이라는 인물은 없었다. A안전산업도 실제로 운영하는 동명의 기업과 주소지가 달랐다. 김 과장과 A안전산업 관계자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해당 사건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라며 “수사 중인 사건으로 자세한 내용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리 구매 사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울산화력발전소 붕괴 참사 당시에도 대리 구매 사기가 이어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당시 890만원의 피해로 이어진 사기 피해는 사기범이 ‘자신을 동서발전 직원’이라며 허위 신분증을 보내고 ‘소화포가 급히 필요하다’고 속였다. 사기범은 ‘소화포를 대리 구매해 주면 입금하겠다’며 특정 계좌를 알려줬다.

경찰은 “공공기관을 사칭한 사기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용품 등을 주문하면서 관련 물품을 대리 구매해달라고 하는 건 전형적인 사기의 특성”이라고 설명했다.

이영기·전새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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