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동시 ‘레이트 체크’ 개입
엔화, 한달여만 장중 154엔대
원화도 엔화 초강세에 1440원대
이재명 “1400원 전후” 언급후 사흘째 강세
미·일·한·대만, 마러라고 합의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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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엔화와 미국 달러 지폐가 한 자리에 놓여있는 모습.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일본과 미국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설이 확산되면서 26일 엔화와 원화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환율 개입 전 단계에서 이뤄지는 ‘레이트 체크(rate check)’를 실시했다는 정황이 나오면서 글로벌 외환시장에서는 일본 엔화와 한국 원화를 지지하는 ‘마러라고 합의(달러약세를 위한 다자합의)’가 실제 가동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 엔화 강세 등의 영향으로 20원 가까이 급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오전 9시 6분 현재 전 거래일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보다 17원 내린 1448.8원을 기록했다. 지난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두 달 새 환율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밝힌 뒤 원·달러 환율은 나흘 연속 하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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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달러 환율 추이 |
엔·달러 환율은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한때 154.41엔까지 내려갔다. 지난 14일 달러당 159.34엔까지 올라갔던 것에 비해 약 3% 하락한 수준이다. 엔·달러 환율이 154엔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해 12월 16일 이후 약 1개월 반 만이다.
일각에선 급작스러운 엔화가치 상승에 대해 일본과 미국 당국이 외환시장에 본격 개입하기 전 단계에서 이뤄지는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레이트 체크는 외환당국이 주요 금융기관에 거래 상황과 환율 수준을 문의하는 사전 점검 절차다. 통상 외환시장 개입을 앞두고 실시되며 과도한 변동성을 억제하려는 시장 견제 신호로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지난 주말 미국 금융 당국이 환율 개입 전 단계인 레이트 체크를 실시했다”며 “미·일 당국에서 과도한 엔저를 억제하기 위해 공동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관측으로 엔매입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런던의 금융중개업자는 닛케이에 “미 재무부의 지시로 연준이 레이트 체크를 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 배녹번 글로벌 포렉스의 마크 챈들러는 요미우리신문에 “미 재무부와 연준이 움직인 것처럼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최근 엔화 가치 급락과 국채 금리 급등이 겹치자 투기적 움직임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히며 외환시장 개입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역시 지난 25일 여야 정당 대표 토론회에서 “투기적이고 매우 비정상적인 움직임에 대해서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의 키우치 노부히데는 “시장에서는 미국 정부가 레이트 체크로 협력하고, 일본 정부가 뉴욕 시장에서 수조 엔 규모의 달러 매도·엔 매수 개입을 실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본이 엔저 방어를 위해 공조 대응에 나섰다는 관측이 시장에 퍼지자 글로벌 외환시장에선 일본 엔화뿐 아니라 한국 원화까지 지지하는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가 실제 가동됐다는 추측이 무성하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마러라고 합의는 미국의 만성적 무역·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구상이다. 이름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사저인 미국 플로리다 ‘마러라고(Mar-a-Lago)’에서 따왔다. 1985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있었던 ‘플라자 합의’처럼 미국 달러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위해 주요국이 공조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로이터 통신은 최근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이례적으로 ‘원화 가치의 하락(환율 상승)이 기초 경제 여건(펀더멘털)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한 것을 상기하며 “이는 원화와 엔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낮추려는 이른바 ‘마러라고 합의’에 대한 추측을 불러일으켰다”고 해석했다.
미 재무부가 일본, 한국, 대만 등 주요 아시아 우방국이 달러 강세를 억제하고 각국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는 것에 암묵적으로 합의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는 미국은 물론 아시아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설득력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평가절하를 통해 미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고 제조업을 부활시키려는 구상이다. 연준의 금리인하를 고강도로 압박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환율 급등으로 수입 물가가 치솟아 내부적 인플레이션 압박과 민심 이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외환 분석업체 스펙트라 마켓의 브렌트 도넬리 창립자는 “베선트 장관의 원화 관련 발언을 고려할 때, 미국과 일부 아시아 국가들이 엔, 원, 대만달러 가치를 안정화하거나 강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믿는 것은 전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미야이리 유스케 노무라증권 애널리스트는 “외환방어를 위한 미국과 일본 정부의 실제 개입이 있을 경우, 그 효과는 더 의미 있게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