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관에 부처도 이전해야 시너지”…실현까진 사회적 합의 험로

부처·기관 16곳 지방 이전 추진 배경은
李대통령 신년사 강조후 ‘5극 3특’ 속도
동남·호남·대경권 성장률 급격하게 감소
최근 10여년간 수도·충청권 대비 반토막
법·제도 손질 장기화, 사회적 논쟁 불가피


2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가 입주 중인 정부서울청사의 모습. 임세준 기자


정부가 공공기관에 이어 정부부처 이전 방안까지 검토한 배경에는 수도권에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새해 첫 과제로 ‘지방 주도 성장’을 내세운 만큼 수도권과 지방 균형 정책에 속도를 내기 위한 특단 대책으로 풀이된다. 지역별 특성을 살린 ‘5극 3특’ 체제로 국토 구조를 재편하려면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실제 정책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정부부처까지 함께 이전해야 정책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이전 대상 기관과 행선지를 정하는 문제에서부터 이전을 뒷받침할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사회적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새해 첫 과제부터 ‘지방주도성장’=‘5극 3특’은 수도권에 집중된 국가 역량을 분산하고 지방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균형발전 전략으로, 수도권·동남권·대경권·중부권·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등 3대 특별자치도로 나눠 각 지역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성장을 추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방 주도 성장’을 강조하며 “지난해 완료한 해수부 이전은 시작일 뿐”이라며 “서울은 경제 수도로, 중부권은 행정 수도로, 남부권은 해양 수도”로 만들겠다고 했다.

정부는 올 상반기 중 2차 이전 대상을 확정하고 2027년부터 이전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농협중앙회·수출입은행·한국마사회 등 최대 350개 공공기관이 이전 대상으로 거론되면서 지자체들의 사전 유치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여기에 ‘국토공간 대전환 프로젝트 추진계획’도 세우면서 공공기관에 이어 정부부처 이전까지도 검토하면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산업통상부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5극 3특은 성장엔진 산업 선정·지원이 핵심이다. 산업부는 5개의 초광역권과 성장엔진으로 선정된 산업에 규제·인재·재정·금융·혁신 등 파격적인 ‘성장 5종 세트’를 집중 지원한다. 권역별 규제 프리존을 확산해 미래차 도심주행 등 규제특례를 제공하고, 9개 지역 거점 국립대를 중심으로 맞춤형 인재 공급 체계를 구축한다.

5극 3특과 연계해 권역을 넘어서는 메가 권역 단위 첨단산업 육성에도 나선다. 수도권 반도체 생태계를 광주·구미·부산으로 확장하는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를 구축해 첨단 패키징(광주), 전력반도체(부산), 소재·부품(구미)을 지역 특성에 맞춘 특화 클러스터로 조성한다.

충청·호남·영남을 잇는 배터리 트라이앵글 구축을 위해 올해 하반기 중 배터리 기초 원료 생산 전문 특화 단지를 신규 지정한다.

▶수도권·지역경제 격차 심화=공공기관에 이어 정부부처 이전 논의가 떠오른 배경에는 지방소멸이라는 보다 근본적인 위기가 크기 때문이다. 그간 한국은행도 대기업과 지식재산, 인프라 등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과 이에 따른 생산성 격차가 지역간 양극화와 저출생 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해 왔다. 이에 인구 감소세를 고려하면 소수의 거점도시에 투자를 집중해 수도권 못지않은 광역경제권을 구축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한 바 있다. 이는 현재 정부가 띄우는 ‘5극 3특’과도 맞닿는 대목이다.

특히 한국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는 배경에는 지역간 성장률 격차가 더 커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은이 발간한 ‘지역경제 성장요인 분석과 거점도시 중심 균형발전’ 이슈노트에 따르면, 1990~2010년 사이 동남·호남·대경권 성장률은 5.8%로 수도·충청권(6.4%) 대비 90% 수준에 달할 정도였다. 그러나 2011~2022년 중에는 40% 수준(수도·충청권 3.4%, 동남·호남·대경권 1.4%)으로 쪼그라들었다. 수도권이 전국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과반(52.5%·2022년 기준)을 넘기면서 수도·충청권과 그 외 지역 간의 성장률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전효과 여전히 찬반…법·제도 손질 장기화 불가피=정부부처 이전은 수도권 과밀화의 부작용을 완화할 대안으로 거론돼 왔지만 정책 효과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하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 주도로 시작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이 추진되던 2013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은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순유출’ 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이전 정책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2017년부터는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으로 유입된 인구가 빠져나간 인구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공공기관 이전이 마무리돼가는 2017년부터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순이동한 인구 규모가 점차 커졌다”고 분석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출발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우여곡절 끝에 2019년 12월 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충북 혁신도시 이전을 마지막으로 마무리됐다. 1차 이전으로 만들어진 10개 혁신도시의 교육·의료 등 정주 인프라는 여전히 열악하다. 지방 이전 논의는 지역자치단체의 유치 경쟁만 부추기는 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면서 정치권에선 6월 지방선거를 내다본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전 대상 기관과 행선지를 정하는 문제에서부터 이전을 뒷받침할 법·제도적 근거를 마련하는 과정까지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논쟁 역시 불가피하다. 이번 정부가 이전 검토 대상으로 거론한 기관만 16곳에 달한다. 특히 사법부를 대거 옮기는 구상을 그리면서 법원조직법, 대검찰청 위치 규정 등 관련 법·제도를 손질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각 지자체와 지역구 의원들 간 이해관계가 얽혀 논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유혜림·배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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