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 막았다고 어린이들 푸틴에 항의 편지…성인계정 판매도 [나우, 어스]

러시아서 로블록스 접속 차단하자 어린이들 크렘린궁에 항의 편지…항의 시위까지
연령대별 차등 채팅 기능에 연예인 사진으로 얼굴인식…성인 계정 판매도


한 소년이 로블록스 게임을 즐기고 있다.[로이터]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미국의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선풍적인 인기를 입증하듯, 연일 숱한 화제를 뿌리고 있다. 로블록스의 동향에 따라 어린이들이 러시아 철권 통치의 상징인 크렘린궁에 항의 편지를 하기도 하고, 느닷없이 ‘게임 자강론’이 나오기도 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자국 내에서 로블록스 게임에 대한 접속을 전면 차단했다. 러시아 통신 규제당국이 내세운 이유는 “로블록스가 어린이의 정신적, 도덕적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적절한 콘텐츠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러시아에서 로블록스 접속이 막히자, 로블록스를 이용해온 어린이들이 러시아 대통령실인 크렘린궁에 대거 항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러시아 독립언론인 모스크바 타임스는 8세부터 16세 사이의 어린이·청소년들이 온라인 검열 담당자에게 6만3000통에 달하는 항의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편지 내용은 대부분 로블록스 금지 조치가 부당하다고 주장하며, 그 중 절반은 로블록스를 못하게 되어서 러시아를 떠나고 싶다는 내용까지 있다고 전해졌다.

크렘린 대변인인 드미트리 페스코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연말 기자회견을 앞두고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면서 해당 조치 때문에 “행정부가 어린이들로부터 많은 메시지를 받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러시아 톰스크 지역의 로블록스 이용자들이 지난달 14일 정부의 로블록스 금지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로이터]


로블록스 이용자들은 항의 시위도 진행했다. 톰스크의 블라디미르 비소츠키 공원에 30여명이 모여 “로블록스를 그냥 놔둬라”, “로블록스는 디지털 철막 정치의 희생양이다”라는 구호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했다.

러시아에서는 로블록스 금지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이와 비슷한 자체 게임 플랫폼 만들려는 ‘게임 자강론’ 도 나오고 있다. 정부 자문 기구인 러시아 시민회의의 블라디슬라프 그리브 부사무총장은 “러시아에도 그와 동등한 기구가 즉시, 가능한 한 빨리 생겨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과거에도 서구 게임 대용품을 개발했지만,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다. 러시아 정부 산하 인터넷 개발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약 5억루블(약 93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은 역사 게임 ‘스무타’가 있었지만, 게임 품질이 낮다는 비판을 받았다.

로블록스는 일일 활성 사용자 수가 8500만명이 넘는 인기 게임 플랫폼이다. 시가총액은 이달 기준 506억3000만달러(약 72조원)로 평가받고 있다. 로블록스는 이용자라면 누구나 게임을 만들어 배포할 수 있는 구조로, 자신이 만든 게임이 인기를 얻으면 그만큼 수익을 낼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 ‘99 나이츠 인 더 포레스트(Nights in the Forest)’나 ‘라이벌(rival)’ 등의 인기 콘텐츠가 나왔다.

그러나 플랫폼 내에서 화폐로 쓰이는 ‘로벅스’를 이용하게 하는 구조나, 이용자 간에 제한없는 채팅 기능 등으로 어린이 보호에 취약하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일고 있다. 가디언은 기자 체험기를 통해 부모 통제 기능을 켜둔 상태에서도 어린이 이용자에 대한 성적 괴롭힘, 폭력적 행동, 도박성 콘텐츠 노출이 가능했다며 “겉은 키즈 게임 같지만 X등급에 가깝다”고 비판한 바 있다. 블룸버그도 “인터넷 최대의 아동 놀이터지만, 성인 성범죄자를 완전히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로블록스는 사용자 보호를 위해 플랫폼 내 채팅 사용을 연령에 따라 제한했다. 만 13세 미만은 게임 플랫폼 밖에서 다른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 없게 했고, 만 13~17세는 채팅할 수 있지만 성인과의 채팅은 제한했다. 채팅을 이용하려면 ‘얼굴 나이 인증(Facial Age Estimation)’을 통과해야 하고, 인증시 인공지능(AI)이 판단한 나이에 따라 비슷한 연령대의 사용자끼리만 채팅 등이 가능하다.

이런 보호막을 세웠지만,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있다. 미국의 디지털 문화 전문잡지 와이어드(Wired)에 따르면 로블록스의 AI 기반 연령 확인 시스템의 성능이 떨어져, 어린이가 성인으로 인식되거나 혹은 그 반대로 인식되기도 한다.

얼굴 인식을 ‘뚫기’ 위해 커트 코베인 등 유명인의 사진을 자신의 얼굴인양 내세워 성인으로 인증을 받거나, 얼굴에 수염을 붙이고 어두운 조명에서 촬영을 하는 등 ‘꼼수’를 쓰는 경우도 있다. 온라인 상에서는 챗GPT 등 생성형 AI에 성인 얼굴 이미지를 생성해달라고 요청해 로블록스에서 성인으로 인증받았다는 사례가 공유되기도 했다. 와이어드는 아예 성인으로 인증받은 계정을 거래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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