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운지구는 안되고 태릉CC는 가능? 오세훈 “문화유산에 친명·반명있냐”

“태릉CC가 되면 세운지구도 되는 것”
“정부 기준, 이 대통령이 직접 정리해주길”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AI 서울 2026’ 콘퍼런스에서 ‘피지컬 AI 선도도시, 서울’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문화재 가치 훼손을 이유로 종로구 세운지구 개발은 반대하면서 노원구 태릉골프장(태릉CC)에 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것은 이중잣대라며 이재명 대통령에게 “기준을 정리해달라”고 촉구했다.

오 시장은 1일 페이스북에 ‘국가유산청과 국토부는 각각 다른 나라 정부입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해 “국가유산청이 세운지구 개발에 적용하는 잣대를 똑같이 태릉CC에 적용하면 서로 다른 결론이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에서 바라본 경관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세운지구 고층 건물 건설 계획에 반대한 바 있다.

반면 최근 정부는 ‘1·29 수도권 주택공급 대책’에 세계문화유산 태릉·강릉에 인접한 태릉CC 개발을 포함했다.

오 시장은 “태릉CC는 13%가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에 직접 포함되어 있고, 세운지구는 그 범위 밖에 있다”며 “세운지구가 안 된다면 태릉CC는 더더욱 안 되는 것이고, 반대로 태릉CC가 될 수 있다면 세운지구 또한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그런데도 국가유산청은 보존지역과 뚝 떨어져 있는 세운지구 개발은 반대하면서 명백히 세계유산 영향 범위에 들어있는 태릉CC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반대를 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또 “대통령과 이 정부가 보이는 행태야말로 모순이고 이중 잣대”라며 “두 부처가 각각 다른 나라 정부가 아니고서야 국가유산청의 결론과 국토부의 결론이 다를 수 있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화유산에 친명·반명이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이번 기회에 정부의 기준이 무엇인지 대통령이 직접 정리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 시장이 ‘이중잣대’라고 지적하자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자신의 SNS에 “종묘 앞 고층 재개발도, 태릉 옆 주택 공급도 유네스코에서 권고한 대로 세계유산영향평가라는 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조정안을 도출하자는 것”이라며 반박했다.

그러면서 “종묘와 태릉에 대한 국가유산청의 기준은 같다. 다른 것은 평가 이행 의무에 대한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의 수용 자세”라며 “국토교통부는 태릉골프장(태릉CC) 개발 사업을 발표하면서 영향평가 선행을 분명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차기 후보 정원오 성동구청장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 SNS에서 2라운드
“서울시가 유네스코 요구사항 수용 안해”
“태릉CC 개발, 대통령이 기존 심의 결과 뒤엎은 것”


정원오 성동구청장. [성동구 제공]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차기 후보로 거론되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반박에 나서면서 논쟁은 확대됐다. 정 구청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오 시장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영향평가의 핵심을 여전히 놓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정 구청장은 “원칙은 단순하다. 세계문화유산 인근 개발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쳐 그 결과에 맞게 조정해 추진하면 된다”며 “태릉CC의 경우 정부는 이미 태릉·강릉과의 인접성을 고려해 영향평가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고 설명했다.

반면 “세운4구역은 유네스코가 세계유산영향평가를 요구한 사안임에도 서울시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며 오 시장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또 “국내의 법·조례와 유네스코 세계유산영향평가는 서로 다른 체계”라며 “국내에서 정한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이 얼마나 겹치느냐가 영향평가 필요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이에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다시 반박에 나섰다. 김 부시장은 페이스북 글에서 “정원오 구청장의 주장으로 정부의 이중 잣대가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김 부시장은 “태릉CC는 2020년 8·4 대책 이후 세계유산영향평가 시범 대상 지역으로 지정돼 이미 국가유산청의 국내 심의를 거쳤다”며 “그 결과 건물 높이는 수목선 이하로 제한되고, 공급 규모도 5000가구를 넘지 못하게 돼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사실상 중단 상태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정부의 태릉CC 개발 발표는 이러한 과정을 모두 무효로 만드는 것”이라며 “문화유산 보호 원칙을 스스로 뒤집고 대통령의 결정으로 기존 유산청 심의 결과를 다시 뒤엎겠다는 의미”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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