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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모습. 미국과 러시아가 체결한 신전략무기감축조약이 오는 5일(현지시간) 만료를 앞두면서, 핵 군비 경쟁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EPA] |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통제 조약이 오는 5일(현지시간) 만료를 앞두면서, 전 세계가 새로운 군비 확산 경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다수의 매체들이 5일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만료되는 상황을 지적하며 세계적으로 군비 경쟁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2010년 미국과 러시아 간 체결된 전략무기감축조약은 기간 만료를 앞두고 연장을 이어왔고, 지난 2021년에 신전략무기감축조약으로 5년간 연장했다. 뉴스타트는 양국의 실전 배치 전략 핵탄두 수를 각각 1550기로 제한하고, 핵탄두 운반체인 ICBM·SLBM과 전략폭격기 배치는 700개, ICBM 발사대와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전략폭격기는 배치 여부를 따지지 않고 총 800개까지로 제한한 합의다. 양국의 데이터 전송과 통지, 현장 사찰을 포함한 투명성 확보 장치도 규정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 등 서방과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2023년 2월 미국의 대러 정책에 반발하며 뉴스타트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해 9월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해당 조약에 명시된 무기 제한을 1년간 자발적으로 이행하자고 미국에 공개 제안했으나 미국으로부터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5일 러시아와 미국 간 신전략무기감축조약 시한이 마침내 종료된다”며 “우리는 뉴스타트 당사국들이 핵심 조항을 포함한 조약 맥락 속에서 더는 어떠한 의무나 대칭적 선언에 구속되지 않으며 원칙적으로 다음 조치를 선택할 자유가 있다고 가정한다”고 선언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군사정책과 전략적 분야의 전반적 상황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기반으로 전략적 공격 무기 분야 정책을 개발하며 책임감 있고 균형 잡힌 방식으로 행동하려 한다”며 “국가 안보에 대한 잠재적인 추가 위협에 맞서 단호한 군사기술 조처를 할 준비가 여전히 돼 있다”고 밝혔다. 뉴스타트 만료 이후 러시아의 ‘군사 경쟁력 강화’에 자유로운 선택지를 고려할 수 있다는, 일종의 엄포다.
한편으로는 협력을 위한 적절한 조건이 조성될 경우 평등하고 호혜적인 대화에 기반해 전략적 상황을 포괄적으로 안정화하는 정치외교적 방법을 모색하는 데도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미국은 대외적으로 ‘무덤덤한’ 반응이다. NYT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조약이) 만료된다면 만료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더 나은 합의를 하면 된다”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향후의 모든 군비 통제 조약에 핵전력을 증강 중인 중국이 포함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지난 2021년 뉴스타트 연장 때에도 거론되면서, 연장 합의가 늦어졌던 대목이다. 러시아는 이에 대응해 유럽의 핵보유국인 프랑스와 영국도 협상 대상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NYT는 이번 조약의 만료가 냉전 종식에 기여했던 미국과 러시아 사이의 군비 통제 협력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동시에 글로벌 안보 체제에서 최근 몇 년간 주요 군비 통제 조약들이 잇달아 폐기되면서, 새로운 군비 경쟁의 시대가 열렸다고 평가했다.
유럽 내 단거리 핵무기 배치를 대부분 제거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은 2019년 미국이 탈퇴하면서 사실상 종료됐고, 유럽 내 탱크, 병력, 화포 수를 제한하는 유럽재래식전력조약(CFE)도 2023년 러시아의 탈퇴로 그 기능을 잃었다.
전문가들은 미·러 양국이 이미 전략 자산 현대화에 돌입하며 사실상 새로운 군비 경쟁이 시작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러시아는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를 무력화하기 위해 핵 추진 수중 드론 ‘포세이돈’과 핵 추진 순항 미사일 ‘부레베스트니크’ 등을 개발 중이다. 미, 러, 중국 모두 시속 6400km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토니 라다킨 전 영국군 참모총장은 NYT에 “세계를 안전하게 지탱해 온 체계와 틀이 해체될 위기에 처했다”며 핵무기의 위상 강화와 조약의 붕괴를 현 글로벌 안보의 가장 위험한 요소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인 군비 경쟁 확산 움직임에 교황 레오 14세가 이날 “현 세계 정세는 새로운 군비 경쟁을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촉구하는 등, 글로벌 리더들도 우려를 보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