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 하락 맞물리면 파장 커
환율·관세·집값 더해 한은 셈법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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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정치권 안팎에서 연일 ‘추경(추가경정예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특히 추경이 국내 주식이 고점을 찍고 떨어지는 시기와 겹칠 경우 경제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물가뿐만 아니라 환율, 부동산, 그리고 미국과 관세 협상에 이어 최근에는 추경에 따른 경제적 영향 등 향후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 결정에 고려해야 할 요인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올 초부터 추경 가능성을 연이어 시사하고 있다. 지난달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추경을 해서라도 문화·예술 토대를 건강하게 되살려야 한다”고 운을 뗐고, 30일 국무회의에서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올해 내내 (추경을)안 할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오는 3월 ‘벚꽃 추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채권 금리가 오르고 있다. 정부가 국고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게 되면 채권의 가치는 떨어지고, 금리는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국고채 3년 금리는 5거래일 연속 오르며 연간 최고치인 3.212%를 찍었다. 지난 1월 2일(2.935%)과 비교하면 약 한달 새 0.277%포인트 올랐다.
다만 청와대에서는 지방 선거 전 추경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추경은)선거와 관련된 카드로는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날 구윤철 경제부총리도 “현재로선 정부 내부에서 추경에 관한 논의가 전혀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추경 시점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안개가 짙어지고 있다. 환율과 부동산이 여전히 불안한 가운데 최근 미국과 관세 재협상으로 성장 경로마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추경 이슈까지 본격화하면 셈법은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추경은 규모에 따라 그 정도는 다르지만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특히, 한은에서는 추경 시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 급등하는 국내 주식이 고점을 찍고 떨어지는 시점에 추경이 집행된다면 자칫 주가 하락세에 불을 붙이는 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채금리 상승은 시중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그러면서 주식 시장의 자금이 채권으로 이동하고,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을 높여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 잠시 진정세를 보였지만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외환시장 주간 종가 기준 원/달러 환율의 일일 평균 변동폭은 0.47%로 중국의 ‘사드(THAAD) 보복’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1기 행정부 출범이 맞물리면서 글로벌 긴장감이 극한으로 치달았던 지난 2017년(0.63%) 이후 9년 만에 가장 컸다. 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주간 종가보다 10.8원 오른 1461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부동산 시장도 여전히 불안하다. 최근 대통령과 정부가 연일 부동산을 잡겠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가격은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월 넷째 주(지난 26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0.31% 오르며 51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 1월 한강 이남 11개구의 중소형 아파트값은 평균 18억269만원으로 서울 중소형 면적 아파트 처음으로 18억원을 돌파했다.
최근 미국과 다시 불거진 관세 문제도 골칫거리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잠재성장률 수준인 1.8%로 전망했는데, 반도체 호조가 이어지면서 이보다 더 높은 성장세를 달성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다만 미국의 관세 25%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4%포인트가량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은 한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통화정책 방향은 물가 수준뿐만 아니라 대미 투자액 지급 문제부터 어느 시점에 추경을 하느냐, 그리고 부동산 상황이 어떻게 전개 되느냐 등 수많은 변수들 사이에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