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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상 봄이지만 강원도 산골은 여전히 겨울이다. 그래도 입춘 문턱(4일)을 넘어서면 겨울은 점차 힘을 잃으며 봄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섭리다.
긴 농한기인 강원도 겨울은 귀농·귀촌 강의를 주된 소득원으로 삼는 필자에겐 꼼짝없는 ‘소득절벽’시간이다. 그런데 다행히 이번 겨울은 가파르게 오른‘증시 불장’덕에 그 곁불이나마 조금 쬐며 일용할 양식을 얻었다.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시골에서 주식투자를 한다고 하면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2010년 홍천으로 귀농한 필자가 주식투자를 시작한 것은 2023년 말이다. 농사로는 먹고 살기 어렵고, 코로나 종료 이후 강의 수입이 급감해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했다. 60대라는 나이와 건강까지 고려해 농사와 병행할 수 있는 ‘전원 재테크’로 선택한 것이 바로 주식이었다.
시골에서 전원생활과 주식투자를 병행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오히려 도시의 소음과 군중에서 벗어나 자연에 안겨 차분하게 시장을 바라보고 대응할 수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귀농·귀촌인 중에도 주식투자를 하는 이들이 꽤 있다. 귀촌 3년 차인 한 이웃은 아예 전업 투자자로 활동 중이다.
직접 주식투자를 해보니 농사와 닮은 점이 참 많다. 특히 단타 매매가 아닌 가치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씨앗을 뿌리고, 정성껏 돌보며, 때에 맞춰 수확하는 농사 과정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옥수수 한 알을 심어 풍성하게 거두듯, 잘 고른 우량기업은 높은 수익을 안겨준다.
농사의 시작은 종자다. 좋은 씨앗을 파종해야 풍년을 기대할 수 있다. 주식 역시 저평가된 알짜 종목을 발굴하는 게 성공 투자로 가는 첫걸음이다. 이후 성장과 수확까지 많은 노력과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처럼 시황 파악 및 개별 종목 분석은 기본이다.
농사가 병해충과 가뭄·태풍 등 자연재해의 영향을 받는 것처럼, 증시도 잦은 대내외적 변동성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때론 흉년이 찾아오듯이 주식투자 또한 원금 손실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다. 부실한 모종은 솎아내야 하듯, 포트폴리오 구성과 손절매 등 위험관리는 필수적이다.
노력과 인내의 대가는 결실로 돌아온다. 농사나 주식투자나 ‘수확의 때’가 가장 중요하다. 너무 일찍 작물을 거두면 덜 영글고, 너무 늦으면 서리를 맞아 썩어버린다. 주식 또한 목표한 수익에 도달했을 때 욕심을 내려놓고 감사히 거두는 것이 현명하다. 농사든 주식투자든 관건은 결국 타이밍이다.
지금 전원의 계절은 겨울에서 봄으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 반면, 증시의 계절은 수확의 가을에서 쉼의 겨울로 향하는 듯하다. 이런 신호를 읽고 순응할 줄 아는 사람이 지혜로운 농부이자 현명한 투자자일 것이다.
귀농·귀촌에 대해 노후의 은퇴나 휴식으로 여기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은퇴도, 휴식도 없다. 인생 2막의 전원생활은 경제활동의 끝이 아니라, 농사도 짓고 재테크도 하는 또 다른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이젠 전원생활도 재테크다.
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