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문화재 불 탈라…정부, 경주 화재에 소방 역량 총집중

8일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리에서 소방대원들이 전날부터 이어진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 경주시 문무대왕면 입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함에 따라 소방 당국이 국가 차원의 대응에 나섰다. 소방청은 산불 발생 15시간 30분 만인 8일 오전 11시 33분을 기해 ‘국가소방동원령 1호’를 발령하고 인근 시도의 가용 자원을 긴급 투입했다.

이번 동원령에 따라 대구, 대전, 울산, 강원, 충남 등 5개 시도에서 119특수대응단 장비 5대와 인력 25명이 현장에 추가 배치됐으며, 울산·대구·부산 지역의 재난회복차도 지원에 나섰다. 당국은 현장에 상황관리관을 파견하고 상황대책반을 가동해 총력 대응 중이다.

현재 산불 현장은 영하 2.2도의 추위 속에 서북서 방향으로 초속 9.5m에 달하는 강풍이 몰아치고 있어 진화에 큰 난항을 겪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산악 지형 특성상 실제 바람은 관측치보다 훨씬 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악조건으로 인해 오전 한때 60%까지 올라갔던 진화율은 낮 12시 기준 23%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당국은 오전 5시 30분을 기해 ‘산불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진화 헬기 40대, 차량 104대, 인력 298명을 투입했으나 불길을 잡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현재 산불영향구역은 42㏊, 전체 화선 길이 3.54㎞ 중 단 0.8㎞ 구간만 진화가 완료된 상태다.

경주는 불과 1년 전인 2025년 봄에도 대형 산불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바 있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당시 산불은 축구장 수백 개 면적의 산림을 태웠을 뿐만 아니라 민가와 창고 수십 채를 소실시키며 심각한 재산 피해를 낳았다. 특히 야간 대피와 단전·단수 등 일상 마비 사태를 겪었던 주민들은 이번 산불로 다시 한번 대피소 신세를 지게 됐다. 지난 7일 밤 시작된 불로 주민 106명이 긴급 대피했으며, 현재까지 30여 명의 주민이 마을회관 등지에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산불이 발생한 문무대왕면은 신라 호국 정신의 본산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보급 문화재가 밀집해 있어 문화재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감은사지 삼층석탑(국보)이다. 비록 목조 건축물은 없으나 산불의 강력한 복사열이 석탑에 전달될 경우, 화강암 소재의 석탑 표면이 갈라지거나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 등 다수의 목조 건축물을 보유한 기림사 역시 위험권에 있다. 산불이 사찰 인근 숲으로 번져 불씨가 날아들 경우(비화), 수백 년 역사의 목조 문화재가 순식간에 소실될 위험이 매우 크다. 해안의 문무대왕릉은 직접적인 화마에서는 비껴나 있으나, 주변 경관 훼손과 대기 오염으로 인한 유적 가치 하락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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