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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성 거성시너지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거성시너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양주=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저는 덤핑 업계의 ‘쿠팡’이 되고 싶습니다. 테무·알리 때문에 이커머스가 거의 다 망했는데도 그래도 한국의 쿠팡은 살아남았잖아요. 그 힘은 결국 ‘플랫폼’입니다”
경기도 남양주의 한 물류창고 단지에서 자수성가한 박기성(50) 거성시너즈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했다. 박 대표는 자신의 창고를 가리키며 “처음엔 한 동으로 시작했는데 최대 18동까지 늘었다가 지금은 14동을 운영한다”고 했다. 취급 품목은 의류만이 아니다. 파렛트부터 진열대, 생활용품, 리퍼브 식품까지 “매일 사고 파는 전화가 온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었다. 인터뷰가 진행된 1시간여 동안 그의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다.
박 대표는 자신의 마케팅 비법으로 “블로그와 틱톡, 유튜브를 통해 회사를 알린다. 수년간 쌓아온 일들이 차곡차곡 높아져서 이제는 거의 매일 연락들이 온다. 업계 내에선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셈”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의 사업은 한마디로 ‘재고의 출구’를 만드는 일이다. 팔리지 않는 물건이 쌓이는 순간, 기업과 자영업자에겐 비용이 된다. 박 대표는 그 비용을 ‘가격’과 ‘채널’로 풀어낸다. 박 대표는 “악성 재고요? 고민은 없다. 단가만 맞으면 수출로 보낸다. 몽골·우즈베키스탄·러시아 등으로 나간다. 유통기한 임박 상품은 공동구매로 ‘완판’도 가능하다. 싸게 풀면 소비자는 산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의 컴플레인은 없었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그런 일은 없었다”고 자신했다.
박 대표의 이야기는 ‘성공한 유통업자’의 전형적 서사와는 다르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우유배달, 신문배달, 목욕탕 청소까지 안 해본 게 없다”고 말했다. 부친이 일찍 돌아가셨다. 박 대표는 “남들보다 세게 살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20대 이후엔 카드사에서 자금 회수 업무를 했다. 그는 “술집, 룸카페, 야구장 매점(대형 매장), 병원 내 햄버거집, 커피숍, 의류 사업 등 정말 안 해본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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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성 거성시너지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거성시너지 물류창고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양주=임세준 기자 |
다만 ‘사업 다각화’가 늘 성공을 보장하진 않았다. 박 대표가 가장 크게 꺾인 시점은 코로나19 시기였다. 그는 광주에서 아울렛형 매장을 열었다가 “오픈 석 달 만에 문을 닫고, 넉 달째 매장을 뺐다”며 “그때 10억원 정도 빚을 졌다고 했다. 투자금·임대료·인건비가 한꺼번에 덮쳤고, 버틸 수 있는 현금흐름이 끊겼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그 땐 정말 자다가도 식은땀을 흘리면서 벌떡벌떡 깼다. 죽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박대표가 막막함 속에서 선택한 건 ‘폐업전’이었다. 마트·대형 점포가 문을 닫기 직전 남는 공간을 통으로 임대해, 단기간에 대규모 재고를 쏟아내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모험이었지만, 된다는 믿음만은 있었다”며 “폐업전 세 건을 하면서 빚을 거의 다 갚았다”고 말했다. 하루 매출이 억대를 찍었다고도 했다.
그가 내세운 무기는 ‘싸게 사서 더 싸게 파는 능력’이다. 박 대표는 “도매로 넘기면 돈이 안 남는다. 저는 소비자에게 팔 수 있는 광고·행사 운영 노하우가 있다. ‘싸다’는 소문은 3일이면 동네에 퍼집니다.” 실제로 그는 롯데마트 행사에서 “보통 1억2000만원 팔던 곳에서 1억6000만원을 팔아 ‘기록’을 깼다”고 했다.
박 대표가 코로나를 버틴 또 다른 축은 온라인이었다. 그는 “블로그 포스팅을 매일 하나씩, 유튜브도 매일 하나씩 올린다. 잘나서가 아니라 꾸준함이 마케팅”이라고 했다. 실제로 인터뷰 중에도 “유튜브 보고 창업 상담하러 오는 분, 존경한다며 문자 보내는 직장인, 물건 맡기러 오는 영세업자”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거성시너즈는 단순히 ‘싸게 파는 회사’가 아니라, 소규모 판매자에게도 재고를 공급하고 판매 방법을 제시하는 역할까지 한다. 박 대표는 “온라인 창업하려는 분에게 ‘망한 물건’을 그대로 주면 그분이 성공하기 어렵다. 그래서 팔 수 있는 형태로, 단가를 낮춰서 공급하고 상세페이지·구성 아이디어까지 같이 잡아주기도 한다. 못 팔면 저희가 다시 받아 팔아주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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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성 거성시너지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거성시너지 물류창고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양주=임세준 기자 |
박 대표가 지금 가장 공을 들이는 건 플랫폼 사업이다. 그는 기존 운영되던 플랫폼을 인수합병(M&A) 형태로 가져와, ‘오늘덤핑’이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현재는 과도기라 사이트명이 다른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박 대표는 “오는 2월 23일에 ‘오늘덤핑’으로 정식 오픈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구상은 명확하다. 의류·생활용품 같은 덤핑 재고뿐 아니라 라면·햇반·참치캔 등 ‘경기 방어형 생필품’을 고객을 끌어들이는 상품으로 묶고, 리퍼브 상품 등을 공격적으로 싸게 풀어 트래픽을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는 “주 고객은 바이어일 수도, 소비자일 수도 있다. 결국 지마켓·쿠팡처럼 소매 플랫폼으로 가고 싶다”고 했다.
그에게 ‘지금 창업을 하려는 젊은이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물었다. 박 대표는 잠시 생각한 뒤 “새우의 잠을 자고 고래의 꿈을 꾸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은 고래가 되신거냐’고 되물었을 때 박 대표는 “아직은 멀었다. 고래의 꿈을 꾸고 있는 단계긴 하다. 한 선배님이 제게 ‘기성아 새우의 잠을 자고 고래의 꿈을 꾸라’고 했었고, 그 말을 되새겼더니 그 꿈이 이뤄지더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위험 요인’은 없냐고 물었다. 박 대표는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창고비’”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 동에 500만원대 월세가 나가는 곳도 있다. 창고비가 제일 크다”며 “물건이 팔리는 구조를 만들어 두면, 창고비를 제외한 다른 리스크는 통제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도매업자들의 가장 큰 골치인 ‘악성 재고’는 수출로, 임박상품은 공동구매로, 계절상품은 시즌에 맞춰 팔고, 특수품목은 ‘남들이 처리 못하는 만큼 더 싸게’ 사와서 온라인으로 푼다는 식이다. 박 대표의 말처럼, ‘덤핑’은 보기엔 거칠다. 하지만 재고가 쌓인 산업 현장에선 누군가 반드시 ‘출구’를 만든다. 박기성 대표는 그 출구를 ‘플랫폼’으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그가 ‘떨이 업계’, ‘덤핑 업계’의 쿠팡을 꿈꾸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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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기성 거성시너지 대표가 10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거성시너지 물류창고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양주=임세준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