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에 美 최고위급 첫 순방
러 세력권 균열 속 영향력 확대 시도
이란 핵협상 국면서 견제 효과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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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 4일(현지시간)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 핵심 광물 장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중재에 나선 가운데 JD 밴스 부통령이 러시아의 전통적 세력권으로 분류돼 온 남캅카스 지역을 전격 방문했다. 미국 대통령 또는 부통령의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 방문은 이번이 처음으로, 러시아와 이란을 동시에 견제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9일 아르메니아를 방문한 데 이어 10일에는 아제르바이잔을 찾았다. 두 나라는 지난해 8월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선언에 서명한 바 있다. 이번 순방은 당시 합의된 ‘국제평화와 번영을 위한 트럼프 루트(TRIPP)’ 계획의 후속 조치를 점검하는 성격으로 풀이된다.
TRIPP는 구소련 시절 구축된 노후 철도를 대체해 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튀르키예를 연결하는 교통·물류 구상이다. 남캅카스 지역을 관통하면서도 러시아와 이란을 우회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에서 지정학적 의미가 크다.
남캅카스는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위치한 전략 요충지다. 북쪽으로 러시아, 남쪽으로 이란과 튀르키예에 접해 있으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교차로다. 아르메니아와 아제르바이잔은 구소련 해체 이후에도 러시아의 영향권에 속해 왔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면서 최근에는 점차 거리를 두는 분위기가 감지돼 왔다.
이런 상황에서 밴스 부통령의 방문은 러시아에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아제르바이잔의 정치 분석가 마하마드 마마도프는 WP에 “러시아는 미국이 베네수엘라 문제 등을 계기로 각자의 세력권을 인정하는 쪽으로 나아가길 기대했을 수 있다”며 “이번 순방은 러시아에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 역시 복잡한 셈법에 놓였다. 미국과 핵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이스라엘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온 아제르바이잔이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부담 요인이다. TRIPP 구상이 이란을 우회하는 구조라는 점도 상징적이다. WP는 미국이 남캅카스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이란에 대한 견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이 오랜 영토 분쟁으로 갈등이 이어져 온 지역에 깊숙이 개입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득이 될지는 미지수다. 2023년 9월 아제르바이잔의 대규모 공습 이후 니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의 아르메니아계 주민 대부분이 피란길에 오르는 등 상흔이 여전하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중재한 평화선언이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했다기보다 정치적 성과로 포장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