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사업 중복 및 인프라 확보 비용 우려
“대통령이 중단시켜야” 소공인 연일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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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서울 이마트 청계천점 PP센터에서 주문 상품들에 대한 분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 논의가 초반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와 노동계를 중심으로 생존권 위협이란 거센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형마트 업계마저 반응이 미지근하다. 이번 논의가 사실상 영업시간 규제의 ‘반쪽짜리’ 완화인 만큼 오히려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대형마트는 당정의 새벽배송 허용안과 관련해 물밑 손익계산에 들어갔다. 유통 규제가 이어진 지난 14년간 계열사 또는 자회사를 통해 이커머스 부문에 투자를 해왔기 때문이다. 정부·여당안이 현실화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업 변동 등을 고려해 예상 수익과 비용을 점검하는 작업이다.
현재 진행 중인 당정 논의는 유통산업발전법상 영업시간 규제를 손보는 게 핵심이다. 현행법은 0시부터 오전 10시까지 대형마트 및 준대규모점포(기업형 슈퍼마켓 등) 영업을 제한하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위한 영업 행위’에 대한 예외 조항을 둬 온라인 배송만 허용하는 내용이 유력하다. 같은 시간대 오프라인 영업 규제, 월 2회 의무휴업 규제는 당정의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 못했다. 현행법상 규제를 전격 폐기·완화할 경우 불거질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반발을 고려한 일종의 절충안인 셈이다.
대형마트들은 정부의 규제 완화 방침을 환영하면서도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당장 천문학적 비용이 발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기존 사업은 물론, 투자와 중복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마트는 자회사인 SSG닷컴을 통해 이커머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롯데마트·슈퍼는 영국의 물류기술 기업인 오카도와 손잡고 2030년까지 6개 자동화 물류센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투자 규모는 약 1조원으로, 올해 첫 센터가 부산에 문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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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마트산업노동조합,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연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대형마트 새벽배송 허용을 추진하는 정부와 여당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 |
물류·인력 인프라 확보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존 사업과 효율화 작업이 불가피한 데다, 대형마트의 배송거점이 될 오프라인 매장 수도 감소하는 추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규제에 적응하고 각자 생존 방식을 찾아서 (배송 역량을) 강화해 왔는데, 이걸 다시 원점에서 봐야 하는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새벽배송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쿠팡이나 컬리처럼 이미 자리 잡은 이커머스의 시장 점유율을 빼앗아 올 정도가 될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새벽배송 허용 조건으로 검토하는 상생협력기금도 추가적인 부담이다. 현재로선 대형마트의 새벽배송 허용으로 발생하는 영업이익의 0.5~1%를 기금으로 출연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 밖에 대형마트·전통시장 물류창고 공유, 대형마트 온라인몰 내 전통시장 상품 판매 등이 상생안으로 언급된다.
다른 한편에서는 연일 반발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참여연대,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는 12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이 나서서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안전규칙 없이 확대된 새벽 배송으로 연속·고정 야간노동에 의한 택배 노동자 과로사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유사한 야간노동 일자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태연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도 최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새벽배송 관련 논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며 “소상공인도 고민 주체로 참여시켜야지, 국회에서 의원들끼리만 하는 논의에는 반대한다”고 했다. 소상공인연합회장 출신의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6일 전국상인연합회 및 수도권 지역 소상공인연합회 회장단과 국회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