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서울도서관 그림판 |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6·3지방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20일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돼 6.3지방선거전은 이미 사실상 시작됐다. 출마 예정자들에게 하루하루는 숨 막히는 시간이다. 정치란 결국 상대를 넘어뜨려야 하는 냉정한 승부의 과정이다. 경쟁이 격화될수록 말과 행동은 예민해지고, 주변의 작은 움직임도 확대 해석되기 쉽다.
이럴 때일수록 공직자들의 처신이 더욱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만난 한 서울 구청장은 의미심장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취임 후 승진시켜준 간부가 있는데, 그 간부의 퇴직한 배우자가 이번 지방선거 출마 예정 후보의 출정식에 참석한 사실을 사진을 보고 알게 됐다”고 했다.
법적으로 문제 될 사안은 아닐 수 있다. 당사자는 이미 공직을 떠난 민간인이다. 그러나 현직 배우자가 여전히 구청 간부로 근무 중이라는 점에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구청장은 “서운함을 느꼈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서울 자치구 공무원들은 대부분 한 지역에서 20~30년 이상 근무한다. 그 과정에서 지역 정치인들과 자연스럽게 인연을 맺게 된다. 동네 행사, 각종 현안 해결 과정, 지역 축제와 정책 협업 속에서 관계가 형성된다. 인간적으로 친밀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문제는 선거 국면이다.
평소에는 자연스러운 교류가 선거철만 되면 정치적 신호로 읽힌다. 특정 후보와 가까워 보이는 사진 한 장, 행사 참석 여부, 사적인 만남조차 경쟁 진영의 의심 대상이 될 수 있다. “누가 어느 쪽이냐”는 말이 돌기 시작하면 조직 내부의 긴장감도 높아진다.
서울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번 선거는 여야 모두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가운데 치러지는 만큼 어느 때보다 예민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선거 결과에 따라 인사·조직 분위기·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공직사회 내부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흐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공직자도 결국 사람이다.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정치는 흔히 ‘생물’에 비유된다. 오늘의 판세가 내일도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 섣부른 예측이나 줄 서기 인식은 결국 조직과 개인 모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서울 자치구 관계자는 “선거 때만 되면 공무원들도 매우 민감해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어느 쪽에서도 오해를 받지 않도록 행동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방선거는 정치인의 축제이자 경쟁의 무대다. 그러나 행정은 다르다. 행정은 연속성과 중립성이 생명이다.
특히 서울처럼 25개 자치구와 본청이 촘촘히 연결된 구조에서는 작은 오해 하나가 조직 전체의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공직자의 말 한마디, 사진 한 장, 행사 참석 여부까지도 ‘공적 책임’의 영역이 된다.
6·3지방선거까지 100여 일.
정치의 온도가 오를수록 공직사회의 체온은 오히려 더 낮아져야 할 때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촉이 아니라 행정적 균형감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