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140만원’ 40만원 올랐는데도 못 사서 ‘안달’” 요즘 20대 이런 걸 산다… 뭐길래

후지필름 X 하프. [박혜림 기자/rim@]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필름 카메라 아니야?”

후지필름 ‘X 하프’(X half)를 처음 본 순간 기자의 감상은 ‘시대를 역행하는 제품 같다’였다. 고화소와 초고속 AF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철저히 아날로그 감성을 내세운 게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디지털의 편리함 대신 ‘기다림의 미학’을 채워 넣은 결과는 ‘대박’이었다. X 하프는 지난해 6월12일 출시 직후 완판된 것은 물론 수십만 원의 웃돈까지 붙었다. 현재까지도 공식 홈페이지에서 1인당 구매 수량을 1대로 제한할 만큼 견조한 수요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체험한 X 하프는 아날로그적 유희가 매력적인 제품이었다.

기자는 최근 후지필름 X 하프를 일주일간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X 하프의 외관은 클래식한 하프 프레임 필름 카메라 그 자체다. 실제로 제품을 들고 거리 촬영에 나서자 지나가던 행인이 “요즘도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이 있네”라고 말했을 정도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필카의 형상을 한 외형은 그 자체로 이 카메라의 가장 강력한 정체성이 된다.

후지필름 X 하프. [박혜림 기자/rim@]


무엇보다 휴대성이 가장 만족스럽다. 스트랩을 포함한 바디 무게는 243g이다. 손목에 가볍게 감고 다니다가 일상의 찰나를 포착하기에 최적화됐다.

X 하프는 감성 넘치는 외관 디자인에 걸맞게 기술적 완결성보다 ‘감성’에 집중한다. 인파로 붐비는 아쿠아리움에서 뷰파인더조차 제대로 보지 못한 채 감으로 셔터를 눌렀음에도, 제법 근사한 결과물을 제공한다.

특히 빛샘, 할레이션 등 아날로그의 ‘실수’를 필터로 승화시킨 효과들과 ‘리얼라 에이스’를 포함한 13가지 필름 시뮬레이션은 후보정의 번거로움을 지워준다.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이미 보정을 마친 듯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은 큰 매력이다. 한 장의 사진에 두 가지 결과물을 함께 볼 수 있는 2 in 1 기능도 촬영에 재미를 더해준다. 여기에 우측 하단에 찍히는 촬영 날짜 스탬프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기에 부족함 없다.

이 카메라의 진짜 정수는 ‘필름 카메라 모드’다. 36장, 54장, 72장 등 원하는 분량의 필름을 선택하면 본격적인 촬영에 돌입하게 된다. LCD 화면이 완전히 꺼지고, 오직 뷰파인더에 의지해 셔터를 누를 수밖에 없다.

후지필름 X 하프 빛번짐 필터를 활용해 촬영한 사진. [박혜림 기자/rim@]


후지필름 X 하프 비넷 필터를 활용해 촬영한 사진. [박혜림 기자/rim@]


뷰파인더에 한쪽 눈을 밀착하고 작은 창을 통해 피사체를 응시하는 행위는 필름 카메라의 방식을 연상케 한다. 프레임 전진 레버를 당기지 않으면 셔터를 누를 수 없으며, 필름 카메라 모드를 중간에 중단하지 않는 이상 한 롤을 다 사용하기 전까진 결과물을 확인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유리창 너머의 세상이 어떻게 담길지 상상하며 셔터를 누르는 재미가 각별하다.

특히 촬영 직후 결과물을 보여주는 대신, 전용 앱을 통해 필름이 현상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대목도 흥미롭다. 한 컷마다 프레임 전환 레버를 감아주는 손맛과 결과물을 마주하기까지의 기다림은 디지털이 줄 수 없는 아날로그적 설렘을 완벽히 재현해낸다.

후지필름 X 하프 필름카메라 모드로 촬영한 뒤 현상한 필름. [박혜림 기자/rim@]


X 하프의 출고가는 104만9000원. 100만 원을 웃도는 가격은 실질적인 진입장벽이다. 기기적 스펙이나 가성비를 따지는 유저에게는 합리적이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고성능 장비의 무게와 디지털의 매너리즘에서 벗어나, 다시 ‘찍는 즐거움’에 몰입하고 싶은 이들에게 X 하프가 매력적인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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