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정치적으로 양분돼 극한의 대립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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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귀연 부장판사[연합] |
[헤럴드경제=윤호·전현건 기자]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지귀연 부장판사는 ‘의회 민주주의’와 ‘왕(대통령)의 반역’, ‘사회를 양분한 극한의 대립’ 등 판결문을 통해 정치권에 적지않은 메시지를 던졌다.
지 판사는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 공판에서 “군을 보내 국회를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들을 체포하는 등의 방법으로 국회의 활동을 저지하거나 마비시켜 국회가 사실상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음을 부정하기는 어렵다”며 유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국헌 문란 목적을 인정하면서 잉글랜드 국왕 찰스 1세가 반역죄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은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영국에서 왕과 의회 사이에서 갈등이 생기게 되다가 결국 찰스 1세는 의회가 자신의 잘못 200가지를 시정해 달라는 취지의 결의문을 내자 이에 분노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의회 의사당에 난입해서 의회를 강제로 해산시키는 일이 있었다”며 “내전을 통해 찰스 1세는 반역죄 등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죽게 됐다. 이때 판결을 살펴보면 왕이 국가에 대해서 반역을 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인정한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때부터 왕에 대한 생각이 점차 바뀌어서 국민으로부터 주권을 위임받은 의회를 공격하는 것이 왕이라고 하더라도 주권을 침해하는 것이 돼 반역죄가 성립한다는 개념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라며 “이후부터는 18, 19세기를 거쳐 내란죄는 국가 존립을 침해하는 죄로 각국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지 판사는 비상계엄이란 대통령 권한은 사법부 판단영역이 아니라면서도, 국가기관의 자율적 권한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며 “그런 측면에서 혹시나 유사한 사례가 나타날 경우 중요한 판례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 국회권한은 절대적인 측면이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 판사는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정은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군경의 활동으로 인해 군과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크게 훼손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치적 위상과 대외신인도가 하락했다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사회가 정치적으로 양분돼 극한의 대립 상태를 겪고 있다”고 했다.
특히 대통령 선거를 다시 치렀고 비상계엄 선포 후속 조치와 관련된 사람들에 대한 대규모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법정에 나온 수많은 사람이 눈물까지 흘려가며 그 피해에 대해서 강하게 호소했다”고 말했다. “피고인 지시에 따라 조치들을 수행한 군·경, 공무원들이 사회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게 됐고 법적인 책임도 져야 됐다”고도 했다.
지 판사는 “수많은 군경 관계자에게 무슨 죄가 있겠느냐”며 “형법상 죄를 물을 수는 있지만 피고인들이 순간적 판단을 잘못했던 이유 때문에 이미 일부는 구속돼 있고 그들의 가족들은 고통받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난하게 군이나 경찰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던 다수의 공직자가 어마어마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정은 우리 사회의 큰 아픔이 될 것 같다”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러 사정을 살펴보더라도 그러한 상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군과 경찰이 고통받고 있다지만 누구 책임인가? 다름아닌 군과 경찰의 책임”이라며 “군 법무관 등 전문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질의한 후 실행하는 과정이 있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지시 한마디에 바로 군과 경찰이 동원된 점은 여전히 고치고 다듬어야 할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지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핵심은 군을 국회로 보낸 것”이라며 “형법 제91조 2호에 국헌문란의 목적이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했다. 그러면서 “내란죄는 국가의 존립과 헌법적 기능을 파괴하고 법질서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라며 “내란 행위는 합법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폭력적인 수단을 통해 국회의 권능 행사를 불가능하게 한 것으로서 민주주의 핵심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했다는 데 비난의 여지가 크다”고 했다. 특히 재판부는 1987년 9차 개헌 이후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은 사라졌기 때문에 국회에 의원들이 모이는 것을 막거나 방해한 것만으로도 내란죄가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지 판사가 그간 보여온 재판태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 전 대통령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컸지만, 지 판사로 인한 사회적 비용도 컸다”고 일갈했다.
그는 “담당판사가 그동안 원칙이 명확하지 않았고 재판태도 등에서도 여러가지 논란을 야기시켜 사법개혁이 필요하겠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일깨웠다고 본다”며 “구속취소에 있어 ‘날’을 ‘시간’으로 계산하는 등 사법부의 판단이 과연 공정한지 새삼 되돌아보게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