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브랜드 활기에 신규 고객사 급증
美 시장 호조 속 中 시장까지 ‘기지개’
기초·선케어·색조 전 품목 생산 라인
年 20억개 글로벌 생산능력 최대 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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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콜마 생산라인 모습. 홍석희 기자 |
K-뷰티가 확산세다. 사드 도입 이후 중국시장이 주춤한 사이 미국은 K-뷰티의 텃밭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제는 한국 정치가 안정화 되면서 중국 시장까지 열릴 개연성이 높아졌다. 미국 시장에 중국 시장까지 열린 셈이다. K-팝을 필두로 한국의 소프트파워가 세계 시장을 여는 선두주자가 되고, 이를 K-뷰티를 앞세운 한국 제품들이 품질을 무기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간다. 고객사들이 돈을 벌고 그 고객사들에 제품을 공급하는 ‘제조업’은 돈을 더 많이 버는 구조, 바로 한국 화장품의 대표 제조사 ‘한국콜마’ 이야기다.
한국콜마는 반도체 산업의 TSMC와 유사한 위치다. 구글이, 마이크로소프트가, 엔비디아가 치열한 AI 경쟁을 벌이는 것이 현재 미국의 시장 형국인데 이들 모두에 제품을 공급 납품하는 업체는 누가 이기더라도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고객사들의 승리가 결국 납품 업체의 승리로 돌아오는 구조, 화장품 ‘원천개발 제조업자(ODM)’ 업계의 최강자가 바로 한국콜마다. 직접 브랜드가 없더라도 최고의 제품을 만들면 결국 각각의 화장품 브랜드 회사들이 버는 자금이 결국 한국콜마로 돌아오게 된다.
사업 구조는 명확하다. 자체 브랜드를 운영하지 않고, 고객사의 성공에 전적으로 집중하는 ODM 모델이다. ODM과 비교되는 방식인 ‘주문자 상표부착 생산자(OEM)’인데, OEM의 경우엔 고객사가 제품의 설계를 담당하고 제조만을 외부에 맡기는 방식이다. 이에 비해 ODM은 제조사가 제품개발부터 생산까지를 모두 담당한다. 제품 기획·개발까지를 고객사가 했다면 OEM, 이 모든걸 ‘턴키 방식’으로 맡겼다면 ODM인 셈이다. 한국콜마는 ODM 회사다.
이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화려해 보이지 않지만,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브랜드·인디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모두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 확장성을 만든다. 현재 한국콜마가 협업하는 고객사는 국내외 4500여곳에 달한다. 매년 100~200곳의 신규 고객사가 문의를 넣고, 2024년 신규 거래 고객 수는 전년 대비 50% 증가했다. 인디 브랜드 시장이 커질수록 한국콜마의 문의 전화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생산 인프라다. 세종공장은 연간 8억9000만 개의 기초화장품을 생산할 수 있는 글로벌 최대급 공장이다. 부천공장은 색조 전문 공장으로 1억3700만개의 생산 능력을 갖췄다. 여기에 중국 무석(5억5000만개), 미국(3억개), 캐나다(1억6500만개)까지 이어지는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더해진다. 특정 국가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고, 고객사의 납기·물량 요구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생산력은 숫자에서도 드러난다. 한국콜마의 매출은 2022년 1조8657억원에서 2024년 2조4521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33억원에서 1939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 눈에 띄는 것은 수익성 개선이다. 대량생산에 유리한 기초·선케어 비중 확대와 글로벌 생산 최적화가 동시에 작동한 결과다. 한국콜마는 올해 처음으로 대기업 집단으로 편입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선케어·R&D·美공장…‘기술·현지화’가 만든 성장 엔진
한국콜마를 ‘화장품계의 TSMC’로 만드는 핵심은 선케어와 R&D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선케어 제품의 70% 이상이 한국콜마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30년 넘게 고객사와 함께 쌓아온 자외선 차단 기술력은 단순한 제형 노하우를 넘어, 규제 대응·원료 설계·대량 생산 안정성까지 포괄한다.
2013년 업계 최초로 미국 FDA OTC 인증을 받은 이후, 한국콜마는 선케어 분야에서만 100여건의 특허를 확보했다. 2022년에는 UV테크이노베이션연구소를 설립해 자외선 연구를 독립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최근 1년간 한국콜마에 접수된 신규 의뢰 중 약 30%가 선케어 제품이라는 점은, 글로벌 시장에서 이 기술력이 어떻게 평가받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기술은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콜마는 미국 콜마USA 제2공장을 완공하며 북미에서만 연간 약 3억 개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캐나다 법인까지 포함하면 4억7000만개 수준이다. 미국 내에서 기초·선케어·색조 전 품목을 ODM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것은 북미 ODM 기업 가운데서도 최대 수준이다.
특히 제2공장은 세종공장의 자동화·AI 기반 품질 관리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했다. 전체 공정의 약 80%가 자동화돼 있으며, AI 기반 품질 모니터링을 통해 불량률을 최소화했다. 미국 내 생산은 관세 부담을 줄이려는 글로벌 브랜드, 미국 진출을 노리는 K-뷰티 인디 브랜드 모두에게 전략적 선택지가 되고 있다. ‘미국에서 팔릴 제품을, 미국에서 만든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논리다.
이 모든 기반의 중심에는 R&D가 있다. 한국콜마는 매년 매출의 5~7%를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2024년 기준 연구개발비는 약 1369억원. 화장품·의약품·건강기능식품 연구를 통합한 종합기술원에는 600여명의 연구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단순 제형 개발을 넘어, 브랜드의 콘셉트와 방향성을 함께 설계하는 ‘기술 플랫폼’ 역할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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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콜마 세종공장 벽에 전시돼 있는 연구 논문 목록. 한국콜마 연구원들이 매년 생산한 화장품 관련 연구 논문은 한국콜마의 독보적 기술력의 상징이자 원천이다. 홍석희 기자 |
미국 뜨거운데 중국도 열린다…‘기반 산업’의 가치
올해 여름 미국 시장에서 한국콜마 제품의 존재감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K-뷰티 대표 브랜드 중 하나로까지 성장한 ‘조선미녀’는 한때 연 매출 1억원대에서 출발했지만, 업계에서는 중장기적으로 ‘1조원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조선미녀를 비롯해 달바, AHC 등 글로벌 히트 제품 상당수가 한국콜마의 선케어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한국콜마는 2013년 업계 최초로 미국 FDA의 OTC(일반의약품) 인증을 획득하며 선케어의 ‘규제 장벽’을 먼저 넘었다. 이후 100여건의 자외선 차단 관련 특허를 축적했고, 2022년에는 UV테크이노베이션연구소를 설립해 자외선 분야 연구를 독립 트랙으로 끌어올렸다. 현재 국내 유통 선케어 제품의 70% 이상이 한국콜마에서 제조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시장 공략의 핵심은 ‘현지 생산’이다. 한국콜마는 2025년 7월 미국 콜마USA 제2공장을 완공하며 북미에서만 연간 약 3억개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다. 캐나다 법인까지 포함하면 북미 전역에서 4억7000만개 수준이다. 북미 ODM 기업 중 최대 규모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때리기’가 문제였다면 지금은 북미 공장을 미리 마련해둔 덕에 관세 문제를 해소 할 수 있는 거점을 미리 확보해 둔 셈이다.
특히 미국 콜마USA 제2공장은 기초·선케어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기존 1공장의 색조 생산과 결합해 미국 내에서 전 품목 ODM 생산이 가능해졌다. 특히 세종공장에서 검증된 자동화·AI 기반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해 ‘메이드 바이 콜마(MADE BY KOLMAR)’의 품질을 현지에서도 동일하게 구현한다는 점이 차별화 요소다. 이는 관세 부담을 줄이려는 글로벌 브랜드와 미국 진출을 노리는 K-뷰티 인디 브랜드 모두에게 강력한 선택지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콜마의 또 다른 한 축은 중국이다. 사드 설치 이후 위축됐던 중국 시장은 올해를 기점으로 점진적 회복 국면에 들어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의 방중 당시 한국 화장품 기기가 중국 시진핑 주석의 부인에게 선물된 장면은 상징적이다. 한국콜마는 이미 북경콜마와 무석콜마를 통해 중국 내 생산 기반을 구축한 상태다. 시장만 열리면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준비는 끝난 셈이다. 여기에 국내 정치 환경의 안정, K-팝·K-드라마를 중심으로 한 K-컬처의 글로벌 확산도 맞물렸다. 넷플릭스에서 확인되는 한국 문화의 영향력은 결국 소비로 이어진다. 브랜드는 흥망을 반복하지만, 그 아래 깔린 제조 파트너는 더 오래 남는다.
패키징 기업 ‘연우’와 시너지 과제
물론 과제도 있다. 2022년 인수한 패키징 기업 연우는 아직 기대만큼의 시너지를 완전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토털 ODM’을 완성하기 위한 핵심 퍼즐이지만, 통합 효과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다. 특히 연우의 상당부분 자체 매출이 중국 시장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그러나 중국 시장 개방 가능성이 열리면서 해소 가능성이 풀렸다는 것이 콜마측의 기대다.
시장에선 한국콜마의 실적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SK증권은 한국콜마의 2025년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각각 6479억원, 538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9.7%, 영업익은 53.2% 늘어난 수치다. NH투자증권도 한국콜마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을 6478억원, 영업이익 473억원 가량 될 것이라 예측했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월 기준 별도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며 회복 중이다. 상반기로 갈수록 매출 회복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홍석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