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가스, 암모니아, 요소 등 공급 차질 불가피
당장 韓 경제에 미칠 영향 적어…7개월분 비축유 보유
봉쇄 장기화 시 운송비, 원유 가격 등 폭등 예상
원유 직접 사용하는 정유·석화 업계 등 타격
항공사 원료비 부담↑…물류업체 원가 상승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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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르무즈 해협의 항공 사진. [로이터] |
[헤럴드경제=한영대·정경수·고은결 기자] 지난달 28일 발생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간 전쟁이 나흘간 이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중동 내 전선 확장 등 각종 악재로 중동산 원자재 공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서다.
앞서 이란 최정예 부대인 혁명수비대(IRGC)는 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에 대한 공격을 예고했다. IRGC 사령관의 보좌관인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이날 이란 반관영 ISNA통신을 통해 “이 지역에서 단 한 방울의 석유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단기 영향 제한적, 장기화시 비용 급증=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공급 차질이 가장 우려되는 제품은 단연 원유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지나는 핵심 해상통로이다. 우리나라는 수입 원유 중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 중 90%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이외에도 액화천연가스(LNG)의 중동 수입 비중은 20.4%에 달한다. 암모니아와 요소, 비료 등도 중동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무기질 비료 원료인 염화칼륨의 경우 이스라엘이 글로벌 생산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글로벌 요소 시장에서 이란 생산 비중은 4.5%이다.
이번 봉쇄 조치가 당장 우리 경제 및 기업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다. 정부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약 7개월분의 비축유를 보유한 만큼 원유 관련 제품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전망이기 때문이다. 발전공기업에서 구매하는 직도입 LNG 역시 중동에서 수입되는 물량이 전무, 국내 전력 수급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하지만 봉쇄 시기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의 셈법은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중동산 원자재 수입 기간이 예년보다 길어지는 만큼 기업들이 감당해야 할 비용 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아닌 우회루트를 활용할 시 해상운임은 기존 대비 최대 50~80% 상승할 것으로 분석된다. 육료 운송과 통관 절차 기간도 최대 5일까지 늘어날 수 있다. 과거 해당 지역에서는 보험료가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사례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란은 현재 미국·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중동 국가를 상대로 공격을 단행하고 있다”며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우회 경로의 실질적 가동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공급 차질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원유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74달러를 기록했다. 전 거래일(72.87달러) 대비 6.7% 상승했다.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LNG 가격 또한 치솟고 있다. 동북아시아 지역 천연가스 가격지표인 LNG 일본·한국 마커(JKM)는 이날 100만BTU(영국열량단위)당 15.068달러로 전장 대비 약 40% 올랐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봉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원유와 가스는 물론 석유 제품, 비료 가격이 단기간 급등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뿐 아니라 국내 수입에서 비중은 낮지만 중동산 광물·비료의 운송도 지연돼 원료 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
▶석화 반등 더 늦춰지나…항공은 연료비 쇼크 우려 = 이처럼 원자재, 물류 등 각종 비용이 치솟을 시 기업들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원유를 직접 사용하는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친다.
고환율이 유지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유가가 급등할 경우 정유사들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이에 따라 정유업계는 이번 사태의 진전과 이란 당국의 대응 수위를 파악하는 동시에 항행 중인 유조선의 안전 여부를 최우선으로 점검하고 있다. 나아가 다양한 대체 경로를 점검하는 한편, 즉시 도입 가능한 스팟 물량 확보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장기적으로는 중동 이외 지역으로 원유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올려두고 있다.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은 원유에서 추출된 원재료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든다. 안 그래도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 속에서 원재료 가격까지 치솟을 시 실적 반등 시점은 더 늦춰질 수 밖에 없다. 정유사들은 도입선 다변화로 중동 의존도를 낮춰왔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항공사들도 원료비 부담이 커진 상태다. 항공유는 항공사 영업비용의 약 30%를 차지한다. 유가가 10% 오르면 전체 비용은 3% 이상 증가한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은 두바이 노선을 일시 중단하고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항공유가 영업비용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고정비 중 달러 지출이 약 30%에 달해 사태 장기화 시 재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파생상품을 통한 헤지 전략으로 변동성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물류 기업들은 원가 상승 압박을 받을 가능성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조선 비중이 높은 팬오션·SK해운은 직접 영향권에 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운임 상승에 따른 수혜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대글로비스는 자동차운반선의 중동 운항 빈도가 높지 않은 데다, 화주사와 협의해 대체 루트를 검토 중이다.
HMM은 해당 지역을 오가던 선박 1척이 해협 안쪽에서 빠져나왔고, 6~7척이 인근 해역에 남아 있다. 중동 매출 비중은 낮아 직접 리스크는 제한적인 반면, 글로벌 선복 공급 축소에 따른 운임 상승 효과는 반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HMM 관계자는 “당장은 지켜보는 것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며 “중동은 주력 시장은 아니지만 유가 상승은 전 항로에 영향을 미쳐 파급력이 더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반도체 등 다른 제조기업들도 에너지 가격 변동성으로 공장 가동에 필요한 전력 등의 비용이 오르면서 수익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