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發 걸프 불안 확산…호주 “UAE 등 걸프국 방어 지원 검토”

웡 외교장관 “공격 작전은 불참, 방어 지원 요청은 신중 검토”
중동 체류 호주인 11만5000명…“전례 없는 영사 위기” 우려


지난 4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푸자이라의 석유 정제 허브에서 요격된 드론의 잔해로 인해 발생한 화재로 불길이 치솟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이란의 공습이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국가들로 확산하는 가운데 호주 정부가 걸프 국가들의 대이란 방어를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호주는 이란을 직접 겨냥한 공격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고, 지상군 파병도 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은 8일(현지시간) 호주 공영 ABC 방송에 출연해 “이번 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여러 국가가 이란의 공격을 받아왔다”며 “우리는 지원을 요청받았고, 이를 신중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웡 장관은 이란의 미사일·무인기(드론) 공격으로부터 걸프 국가들을 보호하는 방향의 지원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호주가 어떤 형태의 군사 지원을 제공할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는 이미 밝힌 입장에 따라 이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며 “이란을 공격하는 작전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고, 이란에 지상군을 파병하지도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호주 정부는 지원 여부가 최종 결정될 경우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입장이다. 웡 장관은 또 현재 중동에 머무는 호주인 11만5000명이 전례 없는 수준의 영사 지원 위기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호주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지지 입장을 보여왔지만, 자국군의 직접적인 공격 참여 가능성에는 선을 그어왔다. 현재 호주는 통상 중동 지역에 약 100명의 소규모 병력을 운용하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대다수는 UAE 알민하드 공군기지에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동 정세와 맞물려 호주군의 간접 연루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4일 스리랑카 인근 공해상에서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샬럿함이 이란 호위함 데나함을 어뢰로 공격해 침몰시켰고, 당시 샬럿함에는 호주 군인 3명이 탑승 중이었다. 이에 대해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이들이 미국·영국과의 잠수함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훈련의 일환으로 승선해 있었던 것이라며, 데나함 공격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란은 걸프 국가들을 향한 군사행동의 수위 조절에 나선 듯한 메시지를 내놨지만, 현장 상황은 여전히 불안정하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전날 TV 연설에서 걸프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사과하고 공습 중단 방침을 밝혔지만, 같은 날 바레인은 수도 마나마에서 이란의 공습으로 주택 등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UAE 역시 전날 저녁 두바이 상공에서 이란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중동 전선이 이란과 이스라엘을 넘어 걸프 지역으로 번지면서, 호주의 군사·외교적 선택지도 한층 복잡해지는 모습이다. 직접 참전은 피하되 우방국 방어 지원에는 나설 수 있다는 시그널을 내놓으면서, 호주 정부는 확전 리스크와 자국민 보호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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