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에너지 리스크 대응, 기후부보다는 산업부?…“조직개편 실패 증명”[세종백블]

기후부, 에너지기능 이관받았지만 산업부에 석유·가스 등 자원국 잔류
중동사태이후 산업부 장·차관, 자원안보실장 중심 긴급대책반 가동
기후부는 장관 공식 회의 없고 2차관 중심 전력공기업 참여 대책반 가동


정부세종청사 기후에너지환경부[뉴시스]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원유 해상 수송량의 약 20%를 담당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에너지 현안이 주요 의제로 주목받고 있지만 이재명 정부 출범이후 에너지기능을 이관받은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움직임이 그다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원유·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수급 및 안보업무는 산업통상부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결국 부처조직개편으로 에너지 위기관리 컨트롤타워를 놓고 기후부와 산업부간의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8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날 오후 11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ℓ)당 1890.87원으로 집계됐다. 전국에서 가장 유가가 높은 서울의 경우 평균 가격은 이미 1900원을 넘겨 1942.08원이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를 돌파하면서 국내 기름값의 추가 상승 압박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름값 2000원’이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분석 기관들은 이란이 실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경우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를 근거로 석유 최고가격 지정 고시를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해당 조항은 석유 가격이 현저히 등락해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산업통상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동사태이후 산업부에는 관련긴급대책반을 꾸려 석유·가스 수급 상황 모니터링을 비롯한 비축유 방출 및 대체 물량 도입 등 에너지 현안을 챙기고 있다. 또 석유관리원을 통해 지난 6일부터 불법 석유유통 위험군 주유소를 대상으로 특별기획검사를 월 2000회 이상 실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김정관 장관 주재로 범부처 긴급 점검 회의를 연 데 이어 전날에도 문신학 차관 주재로 2차 점검 회의를 열어 실물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오는 14∼15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장관 및 비즈니스 포럼’(IPEM) 첫 행사에 우리나라 대표로 참석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번 포럼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 5월 미국의 에너지 지배력 확대를 위해 설립한 ‘국가에너지지배위원회’(NEDC)가 일본 경제산업성과 공동 주최하는 행사로, 한국, 일본 등 인도·태평양 지역 12개 국가의 정부 및 기업 관계자들이 초청 대상이다. 미국 측에서는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 리 젤딘 환경보호청(EPA) 청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기후부는 중동사태이후 김성환 장관 주재 공식 회의 없이 이호현 2차관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광해광업공단 경인지사에서 ‘에너지 상황 점검 회의’를 진행했다. 이 차관은 지난 3일에는 국제에너지기구(IEA) 파티 비롤 사무총장과 긴급 통화하고 미국과 이란의 전쟁으로 에너지 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상황 속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에너지정책의 수장인 김 장관 보다는 2인자인 이 차관이 고군분투하는 형국이다.

기후부가 이재명 정부의 부처조직개편으로 기후·환경과 에너지 정책을 모두 다루는 ‘공룡부처’로 지난해 10월 출범했지만 중동사태같은 에너지 위기 대응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후부는 기존 환경부 조직에 에너지 관련 정책을 다루는 산업통상자원부(현 산업통상부) 2차관실 산하 조직을 이관해 출범했다. 다만, 석유·가스 등 ‘자원 산업’과 ‘원전 수출’ 정책 기능을 맡아온 자원산업정책국과 원전전략기획관은 산업부에 남았다. 산업부는 잔류한 에너지업무에 부처내 분산돼 있던 안보 관련 기능을 합쳐 ‘산업자원안보실’을 신설했다. 지난 1월 임명된 양기욱 초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중동사태이후 에너지수급 등 부처내 경제안보 정책을 총괄·조정하는 실무 총괄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세종관가 한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수록 에너지수급이 한국경제의 최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정작 ‘에너지’라는 단어를 부처 이름으로 내세우고 있는 기후부보다는 산업부가 에너지현안의 컨트롤타워로 존재감을 보이고 있다”면서 “결국, 조직개편이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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