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여파…중동 산유국들 ‘감산 도미노’

“이라크 남부 유전 산유량 70% 급감”

쿠웨이트·카타르 ‘불가항력’ 선언…공급 차질

7일(현지시간) 오만의 한 항구에 유조선이 정박해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되면서 중동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도미노가 현실화하고 있다.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지난달 28일, 전략적 요충지이자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출길이 막히자 원유 저장 공간이 부족해진 중동 산유국들이 잇따라 생산을 줄이면서 감산이 본격화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 남부 주요 유전의 원유 생산량이 70% 급감해 하루 130만배럴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쟁 이전 이 지역 생산량은 하루 약 430만배럴이었다.

이라크 남부 유전의 생산과 수출을 관리하는 바스라 석유공사(BOC) 관계자는 “원유 저장 시설이 최대 용량에 도달했다”며 대규모 감산 이후 남은 생산량은 국내 정유시설로 공급될 것이라고 밝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인 이라크의 원유 수출도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라크의 원유 수출량은 이날 기준 하루 평균 약 80만배럴 수준으로 급감했다. 호르무즈 해협 통행이 어려워지면서 유조선 두 척만 선적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라크 석유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이라크 남부 유전의 원유 수출량은 하루 333만4천배럴이었다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 도후크주에서는 미국 HKN에너지가 운영하는 사르상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은 뒤 하루 약 3만배럴 규모의 원유 생산이 중단되기도 했다.

중동 산유국들 사이에서는 ‘불가항력’ 선언도 잇따르고 있다. 불가항력은 전쟁, 자연재해 등 통제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경우 계약상 의무를 불이행해도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는 조항이다.

앞서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지난 7일 성명에서 “쿠웨이트에 대한 이란의 계속된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에 대한 위협에 따라 예방적 조치로 원유와 정제 처리량을 감축한다”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여파로 아라비아만에서 원유를 운송할 선박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 KPC 측의 설명이다.

수출용 육상 송유관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와 달리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의 가장 안쪽에 있는 쿠웨이트의 경우 원유 등을 수출하려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야 한다.

세계 2대 액화천연가스(LNG) 생산국 카타르는 이란의 드론 공격으로 최대 LNG 생산시설이 타격받자 불가항력 조항을 발동하고 공급을 중단한 상태다.

카타르가 LNG 생산을 정상화하는데 최소 한 달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라스타누라 단지가 드론 공격을 받자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이번 전쟁 여파로 걸프 지역 원유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한국시간 9일 국제유가가 심리적 저항선인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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