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 안 뜨고 선수 비자 안 나와…‘전쟁 리스크’ 현실 된 월드컵

이라크 국가대표팀 선수들이 지난해 11월 이라크 바스라에서 열린 2026 월드컵 플레이오프 2차전 경기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상대로 첫 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이라크 대표팀은 다음달 1일 열리는 볼리비아와 수리남의 경기 승자와 월드컵 본선행을 두고 플레이오프전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전쟁의 여파로 경기 참여가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A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2026 북중미 월드컵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본선 진출을 두고 대륙간 플레이오프(PO)전을 치러야 하는 이라크가 이란 전쟁에 휘말려 발이 묶인 것이다. 이라크 대표팀은 PO전 연기를 국제축구연맹(FIFA)에 요청했다.

로이터 통신은 9일(현지시간) 이라크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그레이엄 아널드 감독이 ‘이동 문제’를 들어 FIFA에 대륙간 플레이오프 일정 연기를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는 다음달 1일 멕시코 몬테레이의 에스타디오 BBVA에서 열리는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볼리비아와 수리남전의 승리팀과 맞붙을 예정이다. 이 PO전에서 승리하는 팀은 북중미월드컵 본선 마지막 두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하게 된다. 볼리비아와 수리남은 오는 27일 같은 경기장에서 먼저 승부를 겨룰 예정이다.

문제는 중동 전역으로 확산된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여파로 선수단 이동이 불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미·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고, 이란이 보복으로 걸프국 내 여러 시설들을 공격하면서 중동 여러 국가들이 영공을 폐쇄했다. 항공로가 언제 열릴지 알 수 없고, 선수단의 안전도 보장하기 힘든 상황이다.

일부 선수와 스태프들은 경기를 치르기 위해 가야 하는 멕시코의 비자도 받지 못했다. 중동 지역 대사관들이 문을 닫고, 직원 대피령을 내리면서 비자 발급 절차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널드 감독은 아랍에미리트(UAE)에 머물고 있지만, 영공 폐쇄로 출국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 아널드 감독은 대표팀이 정상적으로 경기를 준비하거나 이동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일정 조정을 요구했다. 그는 “FIFA가 경기를 연기해 준다면 제대로 준비할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며 “볼리비아와 수리남은 예정대로 경기하고, 월드컵 개막 일주일 전에 미국에서 그 승자와 이라크가 맞붙는 방안이 현실적”이라 제안했다.

이에 대해 FIFA는 육로로 터키까지 25시간을 이동한 후 비행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라크 대표팀은 안전 문제를 들어 거부했다. 이 루트로 가려면 이란의 드론 공격 위험이 있는 북부 지역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라크 북부 지역은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이라크 내 쿠르드 무장조직간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장지대다.

이라크의 요구가 전례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유럽 플레이오프에서 우크라이나 축구협회가 러시아의 침공으로 원정이 불가능하다고 요청해, 3월 예정이었던 스코틀랜드와 우크라이나 간 플레이오프전이 6월로 연기된 바 있다. 당시 러시아는 우크라 침공으로 인한 제재 때문에 FIFA 주관 대회에서 퇴출되면서 폴란드가 부전승으로 플레이오프 결승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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