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왜 이래?” 너도나도 ‘빚투’, 어느새 32조원이나…진짜 공포 [투자360]

10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조기 종식될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9일(현지시간) 장중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던 국제 유가가 전략 비축유 방출 등 유가 안정책 기대감에 반락, 가격이 급등락하는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며 배럴당 80달러대로 복귀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코스피 급락 이후 증시 주변 레버리지 자금이 연쇄적으로 흔들리고 있다. 개인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뿐 아니라 장외 파생 거래와 해외 레버리지 ETF 등 여러 층의 레버리지 포지션이 동시에 작동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32조7899억원(6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상승장 동안 빠르게 늘어 5일 33조6945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6일 32조7899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린 돈으로 주식을 매수한 뒤 갚지 않은 금액을 의미한다. 시장에서는 이런 감소 흐름을 두 가지 가능성으로 해석한다. 최근 급락 과정에서 담보비율이 무너진 일부 계좌에서 반대매매가 발생했을 수 있고, 동시에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투자자들이 스스로 레버리지 투자를 줄였을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초단기 레버리지 자금인 미수거래 규모도 크게 늘었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3월 3일 1조600억원에서 4일 1조2040억원으로 늘어난 뒤 5일 2조1487억원으로 급증했다. 6일에도 2조983억원으로 2조원대를 유지했다.

코스피 급락 이후 미수거래 반대매매 비율도 빠르게 증가했다. 올해 일 평균 약 1.3% 수준이던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지난 5일 6.5%까지 치솟으며 평균의 약 5배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청산은 지수가 낙폭을 일부 회복하는 구간에서 이뤄졌다. 코스피 지수는 3일 7.24%, 4일 12.06% 급락한 뒤 5일 9.63% 반등과 6일 강보합 흐름을 보였지만 6일 반대매매 비중은 3.8%로 여전히 평소 수준보다 3배 가까이 높다. 증시 급락 이후 결제 기한이 도래하면서 강제 청산이 당일이 아닌 1~2거래일 후행한 결과다. 전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담보비율이 무너진 계좌들이 강제 청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식을 빌려 공매도 등에 활용되는 대차거래 잔액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6일 기준 대차거래 잔액은 144조154억원으로 집계됐다.

시장에서는 최근 증시 급락을 단순한 투자심리 변화라기보다 시장에 쌓여 있던 여러 레버리지 포지션이 동시에 흔들린 결과로 해석한다. 개인 ‘빚투’ 자금뿐 아니라 장외 파생 거래와 해외 ETF 자금까지 여러 층의 레버리지가 얽혀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반대매매 리스크를 시장 전체 위험으로 확대 해석할 단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수 급락 이후 신용융자 잔고 약 32조원대는 수급 부담 요인이 될 수 있고 최근 위탁매매 미수금도 2조원 수준까지 급증해 단기 반대매매 리스크는 존재한다”면서도 “다만 신용융자와 미수금만으로 시장을 과도하게 불안하게 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2023년 10월 영풍제지 사태 당시에도 약 4943억원 규모 미수금이 발생했지만 일부 증권사가 손실을 처리하는 선에서 마무리됐고 시장 전체 충격으로 확산되지는 않았다”고 첨언했다.

개인 투자자의 신용거래와 미수거래 외에 다른 레버리지 포지션이 최근 급락에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도 뒤따랐다. CFD(Contract for Difference·차액결제거래)나 TRS(Total Return Swap·총수익스와프) 같은 장외 파생 거래다. 일정 수준 아래로 가격이 떨어지면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이 발생하고 더 하락할 경우 장중 강제 청산이 이뤄질 수 있다.

고 연구원은 “이번 급락은 단순한 투자심리 변화라기보다 일부 레버리지 포지션에서 마진콜 성격의 매도 압력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연초 이후 국내 증시 상승 폭을 감안하면 국내 CFD 계좌에서 연쇄적인 장중 반대매매가 발생했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나 해외 레버리지 포지션이나 스왑 계약 등 역외 거래에서 마진콜이 먼저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해외 ETF와 옵션 시장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최근 미국 시장에 상장된 MSCI Korea ETF(EWY)에는 올해 들어 약 47억달러 규모 자금이 순유입 돼 몸집이 커졌다. 이와 함께 한국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ETF KORU(Direxion Daily MSCI South Korea Bull 3X ETF) 로도 2월 하순 이후 유입속도가 확대됐다.

고 연구원은 “ETF 자금 규모 자체는 한국 주식 현물시장을 직접 움직일 정도로 크지는 않지만 레버리지 ETF와 옵션 포지션 증가는 시장 변동성 확대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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