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봉쇄 여파…아시아·유럽, 미국산 LNG 확보 경쟁

LNG 운반선 유럽→아시아로 항로 변경
전쟁 후 아시아 가스 가격 2배 급등
미국 신규 LNG 공급이 시장 변수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으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4일 인천 연수구 송도 한국가스공사 인천생산기지 터미널에 LNG 수송선이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중동 전쟁으로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사실상 마비되면서 아시아와 유럽이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가스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LNG 운반선의 항로가 바뀌는 등 글로벌 가스 시장 긴장도도 높아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0일 선박 추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 일부 LNG 운반선들이 유럽 대신 아시아로 항로를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아시아 지역의 LNG 가격 급등으로 미국산 LNG를 아시아 시장으로 돌리는 유인이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카타르와 아랍에미리트에서 생산되는 LNG 대부분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아시아로 운송되지만 전쟁 여파로 해협 통항이 크게 제한되면서 공급 불안이 커진 상황이다.

아시아는 여름철 냉방 수요가 많아 유럽보다 LNG 소비가 많은 지역이다. 이에 따라 아시아 발전사들은 전력 생산을 위해 LNG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동북아시아 LNG 가격 지표인 일본·한국 마커(JKM)는 9일 기준 100만BTU당 24.8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쟁 발발 이후 100% 이상 급등한 수준이다.

유럽 가스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 유럽 LNG 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최대 69.50유로까지 올라 전쟁 이전보다 두 배 수준으로 뛰었다.

LNG 시장 구조 역시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부분의 LNG는 장기 계약으로 거래되지만 일부 구매자는 계약 물량의 최종 목적지를 변경할 수 있다. 또 일부 판매자는 가격이 크게 오르면 위약금을 물고서라도 다른 시장으로 물량을 돌릴 수 있다.

FT는 특히 과거보다 목적지가 정해지지 않은 LNG 물량이 크게 늘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에서 신규 LNG 프로젝트가 잇따라 가동되면서 시장 유동 물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아시아의 LNG 확보 경쟁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으로 향하던 러시아 가스 공급이 급감하자 유럽 국가들이 아시아와 LNG 확보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가격 경쟁이 격화되면서 유럽 LNG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342유로까지 치솟기도 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