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비즈] 선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술 실험실’


“2026년, 각국은 선전에 함께 모이기로 약속합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6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개최지인 ‘선전’으로 세계를 초대했다. 중국은 개혁개방의 시험장인 ‘선전’을 전면에 내세우며 세계를 놀라게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오늘날 선전의 도심을 바라보면 불과 40년 전 이곳이 어촌마을이었다는 사실이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1980년 이전 선전은 바오안현이라 불리는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사람들이 도심에서 드론으로 음료수를 배달받고, 무인 자율주행 택시를 타고 도심을 가로지르며, 도로 위에는 무인 배송차량이 거리를 누비고 다니는 것이 일상이 된 도시로 탈바꿈했다.

선전이 중국 첨단산업의 중심지로서 갖는 경쟁력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선전이 기술을 만드는 도시이자 동시에 기술을 바로 실전에서 시험할 수 있는 도시라는 점에 있다.

선전에는 텐센트, 화웨이, DJI 등 글로벌 기업이 밀집한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선전의 경쟁력은 단순히 ‘대기업이 많기 때문’이 아니라, ‘아이디어→부품→시제품→양산까지’ 한 도시에서 구현할 수 있다는 탄탄한 공급망 구조에 있다. 그 상징적인 공간이 바로 선전 푸티엔구의 화창베이 전자상가다.

“화창베이를 한 바퀴 돌고 나면 로봇 한 대를 조립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필요한 전자부품은 화창베이에 가면 다 구할 수 있다. 화창베이 일대에는 대형 전자상가만 20여개가 넘고, 연간 4000억 위안의 거래가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선전은 세계에서 가장 밀도 높은 전자산업 생태계를 형성해 글로벌 기술 공급망의 기반이 되고 있다.

두 번째로 눈여겨볼 점은 선전이 ‘세계의 혁신 기술 테스트베드’로서 갖는 경쟁력이다. 2025년 7월 선전 룽강구에 전세계 최초 로봇 전문 매장인 ‘6S 로봇 소매점’이 문을 열었다. 그곳에 가보니 라떼아트를 만들어주는 커피제조 로봇이나 노인을 위한 안마 로봇 등을 구매하거나 최소 하루 1000위안을 내고 대여할 수도 있다. 6S는 기존 4S 체계(판매·부품·서비스·고객관리)에 대여와 맞춤 제작을 추가한 새로운 유통 방식이다. 이제는 로봇을 가전처럼 선택하는 시대가 현실이 됐다.

선전에서는 더 이상 로봇이 전시용 쇼룸에 머무르지 않는다. 소비자가 선택하고 사용하며 후기를 남기는 소비재 중심의 유통 모델이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검증의 장으로 선전을 선택한 배경에는 선전의 젊은 인구구조가 있다. 선전은 평균연령이 32.5세에 불과한 중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라는 점이 신기술 수용과 신속한 피드백을 가능하게 한다.

한국기업은 선전이 갖는 첨단·혁신기술 중심지로서의 역할과 글로벌 공급망으로서의 경쟁력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볼 수 있다. 혁신 제조기업에게 ‘기술친화적’ 시장인 선전이 기술 테스트베드가 될 것이고 스타트업에게는 소싱과 아시아 시장 진출의 관문이 될 수도 있다. 이처럼 선전은 한국기업이 소싱과 진출 두 가지 모두를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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