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책임에 비해 처벌 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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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상환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3월 심판사건 선고를 위해 착석해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예비군 병력동원훈련 소집 통지서를 본인에게 전달하지 않은 가족을 처벌하도록 한 옛 병역법 조항은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6일 구 병역법 제85조에 대해 재판관 9인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을 결정했다. 병역의무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협력의 범위를 넘어 처벌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취지에서다.
문제가 된 옛 병역법 제85조는 병역의무부과 통지서를 전달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전달하지 않은 경우 6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다.
해당 규정은 지난해 1월 병역법 개정으로 형사 처벌 대상에서 제외됐다. 과태료 부과로 전환됐다. 다만 개정법 시행 전 위반 행위에 대해선 기존 규정을 따르도록 했다.
A씨는 아들에게 예비군 병력동원훈련 소집 통지서를 정당한 사유 없이 전달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 2022년 1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을 받던 중 대구지법이 “병역법 제85조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위헌법률심판은 법률 조항에 위헌 여부가 있을 때 일단 재판 진행을 멈추고 헌재 판단을 구하는 제도다. 법원이 직권으로 제청하거나, 당사자 신청을 받아들여 할 수 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위헌이 맞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우선, 병력 동원훈련을 위한 소집 통지서 전달 업무는 정부가 수행해야 하는 공적 사무라고 봤다. 세대주 등이 당사자에게 통지서를 전달해야 하는 의무는 ‘협력 의무’에 불과하다고 했다.
헌재는 “정부는 직접 전달 외에도 우편 법령에 따른 특별한 송달 방법이나 전자문서를 사용해 병역의무자에게 소집 통지서를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며 “해당 조항은 병역의무자의 세대주 등이라는 이유만으로 협력의 범위를 넘어 소집 통지서 전달 의무를 위반하면 형사 처벌까지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심판 대상 조항의 태도는 정부의 공적 의무와 책임을 단지 행정 사무 편의를 위해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이라며 “실효적인 병력 동원훈련 실시를 위한 전제로 그 소집을 담보하고자 하는 것이라도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지서를 전달하지 않아 행정 절차적 협력 의무를 위반한다고 해도 과태료 등의 행정적 제재를 부과하는 것만으로도 그 목적의 달성이 충분히 가능하다”며 “심판 대상 조항은 훨씬 더 중한 형사 처벌을 하고 있어 형벌의 보충성에 반하고 책임에 비해 처벌이 과도해 비례원칙에도 위반된다“고 결론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