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표창 15개 유지…박처원은 최소 13개
창설 이래 모든 포상 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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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재 정권 시절 민주화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맡아 ‘고문 기술자’로 널리 알려진 이근안 전 경감. [연합] |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과거 독재 정권 당시 고문과 간첩 조작에 가담한 수사 관계자들의 포상을 취소하기 위해 경찰이 첫 전수조사에 나섰다.
경찰청은 이달 초부터 1945년 창설 이래 경찰관들에게 수여된 정부 포상과 대통령·국무총리 표창 7만여 개의 공적 사유를 모두 파악하고 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국가 공권력을 불합리하게 행사한 사례들이 취소 대상”이라며 “그간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가담한 신군부 협력자에 대한 조사는 여러 차례 있었으나 (공권력 남용과 관련해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현행 상훈법에 따르면 공적이 거짓으로 밝혀진 경우 훈·포장을 취소할 수 있다. 2017년부터는 정부표창규정이 개정되면서 대통령·국무총리·기관장 표창도 박탈할 수 있게 됐다.
경찰은 조만간 조사를 종료하고 서훈 취소 대상자를 국무총리실에 보고할 계획이다. 이후 심의위원회를 열고 당사자 소명을 들은 뒤 행정안전부에 취소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는 2018년부터 경찰과 중앙정보부·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에서 간첩 조작에 가담한 74명의 서훈을 취소했다. 그러나 가해자 중 상당수가 여전히 공로를 인정 받고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지난 25일 사망한 ‘고문 기술자’ 이근안은 생전 16개의 상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박탈된 사실이 공식 확인되는 건 1986년 당시 대통령인 전두환 씨로부터 받은 옥조근정훈장뿐이다.
전두환 정권 출범 한 달여 뒤인 1980년 10월 7일 이근안이 받은 국무총리 표창은 지금도 유효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된 10·26 사건 이후 ‘수사 업무’에 기여한 공로였다.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소속이었던 이근안은 신군부의 검열에 맞서 제작을 거부한 언론인들에게 전기 고문과 고춧가루 물 먹이기 등 고문을 자행했다.
경찰 관계자는 “2006년 옥조근정훈장이 박탈될 당시에는 표창 취소 규정이 없었다”며 “이후 법률이 개정됐으나 표창이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20년이 흐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985년 이근안과 함께 고(故)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고문해 실형이 확정된 백모·김모 전 경감 등도 전두환 정권에서 여러 표창을 받았으나 취소되지 않았다.
남영동 대공분실의 총책임자였던 박처원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처장(치안감)은 상훈 기록에서 공개된 포상만 13개에 달한다.
1947년부터 40년간 경찰에 근무한 박 전 치안감은 ‘대공 경찰의 대부’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당시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궤변을 남기기도 했다.
그는 국가안전보장에 기여한 이에게 수여되는 보국훈장 2개와 근정훈장 2개, 무공훈장 1개, 무공포장 2개, 대통령 표창 4개, 국무총리 표창 2개를 받았다.
특히 보국훈장 수훈자는 국가유공자로 분류돼 교육 지원과 취업 가점 등 여러 혜택을 받는다.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기관장급 표창 등을 더하면 그가 받은 포상은 40여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1980년 ‘계엄 수사 공로’를 인정 받은 표창 수훈자에는 이근안 등 경찰 8명 외에 국군보안사령부(방첩사령부 전신) 수사관 58명도 포함됐다.
의자에 앉혀 지하로 떨어뜨리는 ‘엘리베이터 고문’으로 유명한 ‘보안사의 이근안’ 고병천도 표창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경찰이 국무총리 표창을 기준으로 제시하며 기관장 표창 등은 전수조사 대상에서 배제해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