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까지 26건 모두 각하…전원재판부 회부 0건
대법원 판결 중심 심사…‘보충성’ 엄격하게 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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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헤럴드DB] |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개정 헌법재판소법에 따른 재판소원 제도가 시행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9인의 재판관이 모두 참여하는 헌재 전원재판부가 심리에 착수한 재판취소 사건은 29일 기준 한 건도 없다. 현재까지 사전심사 단계에서 모든 사건이 각하됐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헌재가 접수된 사건이 본안 판단을 받을 수 있는 법적 요건을 갖췄는지를 엄격하게 가려내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에도 사전심사 벽을 넘는 사건이 쉽게 나오진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헌재가 심사하는 사건이 쌓일수록 요건도 더욱 체계적으로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 헌재법이 시행된 지난 12일부터 이날까지 헌재에 접수된 재판취소 헌법소원 사건 중 사전심사 단계를 거친 사건은 총 26건이다. 헌재는 지난 24일 헌재는 재판취소 사건에 대한 사전심사를 처음으로 실시해 26건의 사건을 모두 각하했다. 9인의 재판관이 참여하는 전원재판부에 회부되지 않고 3인의 지정재판부에서 사건이 모두 마무리된 것이다. 헌재에 따르면 지난 23일까지 접수된 재판취소 사건은 총 153건이었다.
현재까지 각하된 사건들을 사유별로 살펴보면 ‘청구사유’ 요건을 채우지 못한 사건이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청구기간’을 지키지 못한 사건은 5건, ‘기타 부적법’ 사건은 3건, ‘보충성 원칙’을 충족하지 못한 사건은 2건이다.
헌재법상 재판소원의 ‘청구사유’는 확정된 법원의 재판이 ▷헌재의 결정에 반하거나 ▷헌법·법률이 정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법·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등이다. 헌재법은 이들 요건을 모두 만족하는 경우에 한정해 재판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청구사유 요건을 채우지 못해 각하된 사건과 관련해 “확정된 재판의 취소를 구하는 청구인으로서는 헌재법상 각 호의 사유를 갖췄는지에 대한 진지하고 충실한 주장·소명을 다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청구기간’을 지키지 못한 사건은 헌재법이 정하고 있는 재판소원 청구 기한인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다. 헌재는 각하된 한 사건과 관련해 “청구인이 주장하는 사유만으로는 청구기간 도과에 있어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헌재는 다른 법률적 구제 절차가 있는데도 그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고 헌법소원을 청구한 경우에 대해서는 ‘보충성의 원칙’이 지켜지지 못한 것으로 보고 사건을 각하한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선 헌재가 ‘대법원 확정 판결’을 중심으로 심사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다른 구제 절차를 거치는 것이 당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거나 무의미한 경우가 있다는 점에서 예외적인 사건이 생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헌재가 각 사건마다 개별적인 판단을 통해 ‘하급심 확정 판결’도 심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손인혁 헌재 사무처장은 재판소원 시행 이틀 전이었던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헌재 별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칙적으로 모든 확정 판결이 대상”이라고 밝혔다.
보충성의 원칙을 충족하지 못해 각하된 사건 중에는 개정 헌재법 시행 첫날이었던 지난 12일 접수된 ‘2호 사건’이 포함됐다. 납북귀환어부 유족이 형사보상 결정 지연에 대한 국가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확정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낸 재판소원이다.
헌재는 이 사건에 대해 “하급심 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는 항소 및 상고를 할 수 있으므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며 “그런데 청구인들은 심판대상판결에 대하여 상고를 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여 부적법하다”고 판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