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축제 대목? 길에 돈을 흘리고 다닙니다” 전세버스 기사들 곡소리 [세상&]

기름값 月150만원 더 들어
고유가에 봄철 성수기 운행 멈춰
“정책 사각지대…생존의 갈림길”
화물차·시설재배 농가도 아우성


31일 기준 서울 시내 경유 평균 가격이 1912원까지 치솟았다. 사진은 지난 27일 경유 가격 1998원을 기록한 서울의 한 주유소. [연합]


[헤럴드경제=이영기 기자] “매달 나가는 버스 할부금 150만원 생각하면 막막합니다.”

30년째 전세버스 운행을 생업으로 삼아 온 함모 씨는 31일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중동 정세 악화로 유가가 치솟자 매일 늘어나는 유류비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고 괴롭힌다고 했다. 유류비가 오르면서 손에 쥐는 소득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행락객이 늘어나는 봄철은 전세버스 기사들의 ‘대목’이지만 이들은 한곁 같이 반갑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성수기 운행 피하려는 기사도”…고사 직전 전세버스


유가 폭등 전인 지난달 28일 ℓ당 1597원이었던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한 달 사이 300원 가까이 폭등했다.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한 차례 가격이 조정되며, 31일 기준 전국 평균 가격은 1877원이다. 서울 평균(1912원)은 2000원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전세버스 운행 기사들은 ‘도로에 돈을 흘리고 다니는 기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함씨는 “매일 유류비로만 7~8만원을 더 지출한다”며 “한 달 평균 20일 정도 운행을 나가는데 이번 달은 150만원 정도 더 쓴 셈”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같은 유가 상승세라면 운전대를 놓아야 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손실을 줄이기 위해 운행 자체를 안 하겠다는 기사들도 나오고 있다. 함씨는 “기름값을 생각하면 마이너스에 가깝다”며 “이제 벚꽃 시기라 성수기지만 손 놓으려고 하는 기사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유가 변동에 따라 일시적으로 요금을 조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전세 버스 같은 경우는 학교 통학이나 대기업 출퇴근 등 운행을 많이 하는데 이런 계약의 경우 1~2년 단위로 계약한다”며 “이때 계약한 금액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유류비가 올라도 조정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2021년 요소수 대란 당시 전국전세버스노동조합원들이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요소수 대란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영철 기자.


전세버스 업계는 특단의 대책도 준비하고 있다. 고사 직전의 상황에도 정부의 지원 대상에 포함되지 않자 다음달 서울에서 대규모 차량시위를 예고했다.

허이재 전세버스노동조합 위원장은 “유류비는 전세버스 운영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용”이라며 “유가 상승은 곧바로 적자 확대로 이어진다. 전세버스 업계는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다”라고 설명했다.

허 위원장은 그러면서 “그러나 전세버스 업계는 반복적으로 정책 사각지대에 놓이고 있다”며 “정부가 유가 보조, 추가 경정 예산 반영, 요소수 품귀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으면 운행 중단과 국민 이동 불편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헀다.

화물운송·농가도 시름


화물차 운송업계도 어려움을 호소한다. 유류비 부담이 생계를 위협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박재하 화물연대본부 정책선전국장은 “월 450만원을 벌다가 이번 달 수입이 300만원으로 줄었다는 기사도 있다. 하루 12시간씩 운행하는데 (300만원은) 절대 많지 않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12일 서울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열린 유가폭등 적자운송-경유값 폭등 대책 마련 촉구 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어 “25t 트럭은 일반적으로 월 3200ℓ 정도를 주유한다”며 “유류비가 오르면 크게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화물차 기사들은 운전대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박 국장은 “손해라고 마냥 멈춰버릴 수가 없다. 왜냐하면 비용을 내는 화주들은 물량을 계속 돌려야 한다”며 “지금 손해라고 화물을 안 받으면 앞으로 배차를 안 주는 방식 등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등유 소비량이 많은 농가도 유탄을 맞았다. 주로 시설 재배 난방유로 등유를 사용하는데 등유 가격도 크게 뛰었다. 유가 폭등 전인 2월 28일 ℓ당 1313원이었던 전국 평균 실내등유 가격은 1536원(3월 30일 기준)으로 치솟았다.

충청남도에서 감태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김성현씨가 지난 30일 등유를 주유하며 찍은 등유 가격으로, 충남 지역에서도 ℓ 당 1450원까지 올랐다. [독자 제공]


충청남도에서 감태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는 공장에서 등유 건조기를 사용하는데 유류값이 감당 안될 지경이다. 그는 “등유값으로 월 65만원 정도 더 지출할 상황이다”라며 “5일에 한번 70만원어치를 받는데 그때마다 등유 가격이 뛴 게 피부로 체감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아직 시기상 경유가 쓰이는 농기계를 안 돌려서 다행인데 곧 땅을 갈아야 해서 트랙터를 쓰기 시작해야 하는데 경유값 걱정도 만만치 않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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