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딱이 아빠(김종석)와 번개맨(서지훈)이 만났다. 25년 장수 어린이 프로그램 ‘모여라 딩동댕’(EBS)의 일등공신. 무대가 아닌 곳에서 두 사람이 모이긴 처음이다. 캐릭터복장을 한 채 사람 많은 곳에 등장하자, 시선이 절로 모인다.
“우리가 뭉친다면…조화롭긴 할 텐데, 워낙 성격이 달라요. 뚝딱이 아빠가 ‘전국노래자랑’의 송해 아저씨라면, 번개맨은 엑소죠,”(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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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 번개맨(서지훈, 왼쪽)과 해결사 뚝딱이 아빠(김종석, 오른쪽)가 만났다. 무대 밖에선 만난 적이 없는 두 사람이 자리를 함께 하자, 농담도 절로 나온다. “언제라도 번개맨이 될 수 있도록 체력 단련 중이에요. 뚝딱이 아빠는 손해볼 게 없거든요.(웃음)”(김종석)사진=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송해와 엑소가 만나 ‘어린이들의 대통령’이 됐다. 등장하는 곳마다 아이들의 함성이 가득하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건네는 사탕과 삐뚤빼뚤한 손글씨로 쓴 편지가 공개방송 때마다 두 사람에게 쌓인다. 살아있는 캐릭터가 이토록 큰 사랑을 받는 건 전 세계적으로도 전무후무하다.
▶ 뚝딱이 아빠 김종석 X 번개맨 서지훈…캐릭터로 사는 법 = ‘뚝딱이 아빠’ 김종석은 ‘모여라 딩동댕’의 역사를 함께 했다.
“자꾸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오네요. 뚝딱이는 왜 20년 넘게 일곱 살 이냐고요.(웃음)” (김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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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맨 서지훈,뚝딱이아빠 김종석.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MBC 공채 개그맨 3기(1983)로 데뷔한 김종석은 1990년 뚝딱이아빠가 된 이후 영원한 서른일곱 살이 됐다. “미국 캐릭터 미키마우스가 한국 아이들의 감성을 지배하던 시절,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어보자 했던 것이 뚝딱이의 탄생 비화예요.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딱’의 도깨비 방망이처럼 소원을 들어주는 민화 속 캐릭터에서 태어난거죠.” (김종석)
아이에게 결손가정을 만들어줄 수 없어, 김종석은 뚝딱이의 아빠가 됐다. 뚝딱이와 꼭 닮은 아빠가 되기 위해 의상도 손수 만들었다. 25년간 모은 안경이 500여개, 모자가 650개나 된다.
뚝딱이 아빠가 친구 같고 형 같은 모습으로 아빠의 자리를 채워줬다면, 번개맨은 15년간 어린이들의 영웅이었다. 그 무섭다는 악당 ‘나잘난 더잘난’을 혼내줄 때면 아이들의 눈에선 ‘번개파워’가 나온다.
9년간 뮤지컬을 해오던 서지훈은 2대 번개맨이다. 2003년부터 활약했던 1대 번개맨 서주성의 뒤를 이어 2013년 8월부터 ‘번개맨’이 됐다. 185cm의 큰 키, 노래와 연기를 겸할 수 있는 젊은 영웅을 찾던 제작진의 눈에 들었다. 2년 전만 해도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난감했던 서지훈의 얼굴엔 어느새 여유가 가득 찼다. 삐쭉 솟은 머리와 몸에 착 감기는 번개맨 의상도 자연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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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맨 서지훈,뚝딱이아빠 김종석.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미혼이기 때문에 처음엔 아이들을 대하는 것이 낯설었어요. 아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아이들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몰랐는데 경험이 쌓이면서 아이들의 생각에 다가설 수 있고, 행동을 예상할 수 있게 되면서 편안해졌죠.”(서지훈)
워낙에 인기가 높고, 영향력이 지대한 캐릭터로 살다 보니 실생활도 조심스럽다. 번개맨과 뚝딱이 아빠의 말과 행동을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하기 때문이다.
서지훈은 “의상을 벗으면 아무도 못 알아봐” 편하다지만 번개맨으로 있을 때는 “마음대로 널부러져” 쉴 수도 없다. 담배도 피지 않고 술도 마시지 않는 데다, 바른 말을 쓰려는 노력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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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맨 서지훈,뚝딱이아빠 김종석.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김종석은 삶의 모든 방향이 아이들에게로 맞춰져있다. 개그맨으로의 삶 대신 아이들과 함께 하기로 결심하니 먹는 것 하나까지도 신중하다.
“요즘 소아비만과 아토피가 많았잖요. 과자와 탄산음료도 마시지 않고, 군것질도 하지 않아요. 식사는 집에서 싸온 도시락으로 하고요. 내가 습관이 되면 아이들 앞에서도 행동이 나오니 자제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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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맨 서지훈,뚝딱이아빠 김종석.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 아빠와 영웅은 ‘마음의 고향’…“아이들은 떠나지만 우리는”=방송으로는 불과 30분이지만, “전국 방방곡곡으로 찾아가는 공개녹화”는 1시간 30분 분량으로 진행된다. 뚝딱이 아빠와 번개맨은 ‘모여라 딩동댕’을 움직이는 양대산맥이다.
김종석은 뚝딱이와 함께 ‘이야기나라’ 꼭지를 책임지면서도 “90분 녹화 내내 아이들과 호흡을 맞추며 무대의 빈틈을 촘촘히 채운다”(서지훈). 긴 녹화에 아이들이 지칠 무렵 등장하는 건 번개맨이다. “녹화가 처질 때쯤 등장해 에너지를 채워주는 캐릭터”(김종석)다. “쇼 프로그램에 엑소나 소녀시대가 있어야 빛이 나는 것처럼, 번개맨은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이자 정점”(김종석)이다.
친구 같은 아빠로, 시대를 초월한 영웅으로 이들 캐릭터가 사랑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뚝딱이 아빠가 된 이후 아동학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김종석은 두 캐릭터의 인기 요인을 세 가지로 꼽았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주는 현실에서의 친구”이며, “아이들이 꿈꾸는 세계를 보여주는 해결사”이자, “결손가정이 많아지는 시대에 따뜻한 가족을 대신한다”는 점이다.
서지훈도 여기에 “채널 선택권을 가진 부모들이 보기에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건강하고 신뢰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 인기에 한 몫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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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맨 서지훈,뚝딱이아빠 김종석.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겉모습은 다르지만, 두 사람의 역할은 다르지 않다. 어린이 콘텐츠는 그것 자체로 교과서가 되기에 두 캐릭터 모두 “아이들의 바른 성장에 도움을 주는” 역할이다. 아이들로 하여금 잘못된 행동을 스스로 고치게 하고, 좋은 일을 따라하게 만드는 “디지털 시대의 훈장님”(김종석)이다.
“주변에서 전화통화 해달라는 연락이 그렇게 많이 와요. 아이들과 통화할 땐 ‘엄마 말씀 잘 들어’, ‘밥 골고루 먹자’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해요. 엄마 말은 안 들어도 번개맨 말은 잘 듣거든요. 아이들의 즉각적인 반응이 볼 때 가장 보람있기도 하고요.”(서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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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맨 서지훈,뚝딱이아빠 김종석.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
특별한 시기를 함께 했지만, 아이들은 해마다 떠난다. 어린이 프로그램은 5세부터 7세까지를 주시청층으로 삼기에 여덟 살이 돼 초등학교 진학하면 자연스럽게 아빠와 영웅에게서 멀어진다.
최불암 같은 ‘국민아빠’를 꿈꾸는 만년 서른일곱 김종석도, 새내기 청년 영웅 서지훈도 수많은 아이들을 보냈고 또 다른 아이들을 품었다. 아이가 자라 엄마가 되고, 자녀들의 손을 잡고 다시 이 곳을 찾는 것도 ‘모여라 딩동댕’이 한 자리를 지켜왔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 캐릭터들은 시대가 달라져도 크게 변하지 않아요. 떠나는 아이들이 있다면, 새롭게 찾아오는 아이들도 있죠. 시청자가 바뀌기 때문에 계속 변화시켜줄 필요가 없어요. 돌아보니 떠나는 아이들에게도 남는 것이 있더라고요. 향수와 추억이죠. 항상 이 자리에 있는 우리는 아이들에겐 마음의 고향이에요.” (김종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