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형<사진> PD에게 방송이 나가고 나니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를 물어봤다.

“좋은 모습과 나쁜 모습의 균형이랄까. 많은 의견들이 있었다. 강원도 인제군의 한적한 집으로 간 것 자체가 판타지라는 말이 있는가 하면, 현실이 팍팍한데 TV까지 팍팍한 걸 보고싶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구혜선의 방귀 대장 뿡뿡이 같은 솔직한 면을 보여주되 가능한 좋은 모습, 디테일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PD는 “현실에서 있을법한 사람살이, 실제 삶을 한번 보여주고 싶었다. 안재현-구혜선 부부면 로맨틱한 면과 설렘도 있으니 더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이들에게 재밌는 건 서로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이었다. 재현은 섬세하고 혜선은 대장부처럼 씩씩하고 쿨했다. 연상연하 커플이 지니고 있을만한 모습중 하나였다”고 했다.
“사람들이 왜 ‘신혼일기’를 좋아해줬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는 “결혼을 안한 사람은 결혼하면 저런 재미가 있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결혼한 지 오래 된 사람은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라고 볼 수 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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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N 예능 ‘신혼일기’에서 알콩달콩 신혼 생활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호평받았던 안재현-구혜선 부부. |
이 PD는 “사람들이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안락하게 사는 모습, 즉 요즘 휘게(Hygge) 라이프에 대한 로망도 ‘신혼일기’와 무관하지 않다”면서 “구혜선도 물욕이 강하지 않고, 한적한 곳에 살고싶어해 그런 감성에 맞다. 구혜선 부모님도 귀촌하신 분이다”고 말했다.
이 PD는 ‘신혼일기’를 기획하며 인제군에 사는 부부들을 다양하게 만났다. 그중에는 귀농부부도 있었다. 모두에게 공통된 이야기는 먹는 것에 관한 것이었다. 그래서 가을에 재배해 겨울내내 보존해 먹는 등 먹거리에 관한 걸 많이 담았다. 이어 이우형 PD는 “안재현이 아내를 되게 좋아하고 사랑하는 게 느껴졌다. 지금은 신혼이라서 이 분위기가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재현이 구혜선을 만나면서 ‘꿈꾸는 것 같다’고 하더라. 왠지 인기스타랑 사귄다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구혜선의 창의요리에 대해서는 “미관상 좋지 않았다고 하시는 분도 있었지만, 저는 맛이 있었다. 새로운 요리라서, 못 먹어본 거니까”라고 말했다.
이 PD는 “반려동물들도 좋았다. 두 사람을 섭외하자 너무 좋은 보조출연자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처럼 재미 있었다”면서 “둘에게는 동물이 가족 구성원이었다. 안재현은 우리 가족이 한 그림에 다 담겨 좋았다고 했다”고 전했다.
2011년 입사한 이우형 PD는 나영석PD팀에서 ‘삼시세끼’ ‘꽃보다’ 시리즈를 연출했다. ‘신혼일기’는 거의 혼자 연출했다.
“두 사람에게 개입을 거의 안했다. 다음에 연출 하게 되면 밋밋해지지 않게 접점을 찾을 것이다.”
이 PD는 “신혼일기→중혼일기→황혼일기 식으로 단계별로 하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황혼일기는 제 결혼식 주례를 서주신 이순재 선생님을 섭외하고 싶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생각이 없다”고 전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