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태의 일상 속으로] 가짜일까 진짜일까

동서해안 지역과 제주를 거치는 10일 코스짜리 모국방문 관광길에 올랐다. 여수에 당도해 수정동 오동도를 보고 붉게 피어난 동백꽃 숲 가득한 동백섬을 지나 등대 전망대로 올라갔다. 용굴 산책로에 이어진 시가 적힌 팻말을 쭉 읽어가며 쉬엄쉬엄 올라간 전망대에서 끝없이 펼쳐진 푸른바다 너머로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 남해까지 아련히 보인다. 음악분수대가 한껏 흥취를 돋웠다.

서해안 코스에서 선호하고 기대하는 것은 진짜 굴비를 맛보는 것이다 .

시인 오탁번의 ‘겨울강’ 시집에 수록된 ‘굴비’라는 시에서 수수밭 김 매던 아낙이 남편을 위하여 마련한 애틋함이 떠오른다. 나 또한 굴비라면 사족을 못쓸 만큼 좋아한다.

고려 17대 인종에게 딸을 시집 보낸 이자겸이 왕권 찬탈을 기도하다 잡혀 영광에서 유배생활을 하다가 먹어본 굴비맛에 반하여 굴할 ‘굴(屈)’, 아닐 ‘비(非)’의 굴비라는 이름으로 인종에게 올린 진상품이 되어 중국까지 진상되었다는 유래가 있다. 민어과에 딸린 참조기 중에서도 영광 앞바다 법성포에서 잡힌 조기를 염장하여 살짝 익혀 바닷바람에 건조하기까지 일년이나 걸려서 굴비로 이름한다.

대학시절 서대문구 창천동 연대 입구에서 하숙을 하면서 매달 유학비가 올 때마다 신촌시장에서 사먹던 쫄깃쫄깃한 그맛을 40년이나 더 지난 지금에도 잊지못해 그 맛을 보려고 영광 굴비 포장박스를 보고 사먹어 보고 보리굴비라고 엮어매 파는 것도 행여나 하고 비싸게 주고 사먹어봐도 그 맛이 안났다.

여수문학 카페 동우회 지인을 만나 여수 수산물 특하시장을 샅샅이 살펴 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수산시장 가게주인이 아예 찾을 엄두를 내지 말란다.영광 법성포에서 잡혀 숙성과 건조를 거친 진짜 굴비는 마리당 십만원이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특별 주문 방식으로 사라진다고 한다. 백화점에서 그나마 판매되는 일부가격은 이백만원 가까이 호가할 거라 한다. 지금 시장에 유통되고 있는 조기는 짝퉁조기, 보리숭어, 전갱이, 부세(부세조기)가 참조기와 유사하다고 한다. 가짜가 진짜처럼 추석 제사상에 오른다고 한다.

오라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 .

항상 갈구하고 구걸하는

빈 손이 아닌 들고 다니는

성직자와 거지는 동격 이라는 우스갯 말로

세상의 욕망과 가치관을 뛰어 넘는 것이

성직자가 아닌가 싶다

날로 종교마저 세속화되어 기업형으로

변해가는

가짜일까 진짜일까

대답하기가 힘들다

못 말리게 변하는 현실

변하질 않길 바라는 집착

집착 때문에 생기는 괴로움

믿는 자마저 진리와 양심을 외치면서

같은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는 종교분쟁

사랑과 용서, 자비가

어디가도 가짜, 진짜 없는데

어디를 가도 보이는 것은

신의 존재가 무색할 뿐이다 .

- 자작시 <가짜일까,진짜일까>

날로 심각해지는 진짜, 가짜는 한계를 넘어 섰나 싶다. 가짜 경유, 가짜 한우…. 백년 가는 정권이 없다지만 정치인의 가짜 뉴스가 인터넷상에서 유포된다. 유투브같은 영상 매체까지 동원되어 진보냐 보수냐 으르렁거리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는 소리들이 사회적으로 확산되어 혼돈을 주고있다 .이젠 진짜같은 탈권위시대를 맞이하여 진짜같은 가짜는 사라지고, 가짜같은 진짜가 안정되어 갔으면 좋겠다.

이상태(핸디맨)

이상태/시인·핸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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