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연기한 김병기…“당시 여대생 청혼 쇄도”

[헤럴드경제=이슈섹션] 40~60대에게 잘 알려진 옛날 드라마 ‘지금 평양에선’의 임팩트가 이 정도였다.

최근 방송된 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에서는 시청률 40%를 훌쩍 넘긴 KBS 2TV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인생’에서 ‘노양호 회장’역으로 열연 중인 배우 김병기의 인생 이야기가 공개됐다.

이미지출처=TV조선 ‘인생다큐 마이웨이’ 화면 캡처

김병기는 연기자가 힘들게 된 케이스다. 집안의 반대가 심했다. 학교 등록금도 못 준다는 부모를 이기지 못했다. 그래서 어머니 패물을 훔쳐 학교 앞에서 등록금으로 맞바꿨다는 믿기 힘든 이야기도 꺼냈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된 김병기는 다수의 작품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지만 결정적 작품이 없었다. 그러던 김병기에게 연기 전환점이 된 작품은 1982년 ‘지금 평양에선’이었다. 당시 김병기가 맡았던 김정일 역할은 인생캐릭터로 남아있다.

김병기는 “내 이름보다 김정일이라고 하면 더 빨리 안다.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문제작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하면서도 고충이 컸다. 북한과 김정일을 무조건 비난하지 않고 적당히 김정일의 인간적 면모도 보여주는 연기 때문이었다.

“그때 당시 북한을 매도하고 그랬는데 여기에서는 김정일이 자기 생모가 돌아가신 날 까만 양복 입고 제사를 지내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당시 큰일 날 일이었다. 정부 차원에서도 난리났다. 정부에서 내려와 적당히 그런 건 피해서 하라 했다.”

그 후부터 작가, 감독이 방향을 좀 바꿔서 김정일의 포악한 면, 여성편력을 보여줬지만 여타의 반공 드라마와 다른, 그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이북사회도 사람 사는 동네다라는 걸 보여줬다고 그는 술회했다.

김정일로 빙의한 그의 인기는 엄청났다. 실제 외모가 김정일보다 훨씬 뛰어났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극중에서 보여주는 그의 카리스마에 여성팬들이 반했다. 김병기는 여대생들이 “통쾌하고 멋있으니 청혼하겠다”며 전화해 방송국 전화기가 불통이 되기도 했을 정도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고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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