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은 전 총경이 지난 2012년 검사의 출석 요구를 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의 당시 미니스커트 차림이 큰 화제가 됐었다. 뉴시스 |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총경회의에 참석했다가 좌천을 당한 것으로 알려진 이지은 전 총경이 퇴직했다. 앞서 이 회의를 주도했던 류삼영 전 총경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에 인재 영입 3호로 선정돼,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이 전 총경의 퇴직 역시 올해 총선을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11일 경찰에 따르면, 전남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팀장인 이 전 총경은 지난 5일 퇴임식을 열고 경찰을 떠났다. 상황팀장은 본래 총경보다 한 계급 아래인 경정 계급에서 맡는 직급이어서 ‘좌천 인사’로 해석됐다.
이 전 총경은 퇴임식에서 “경찰국을 반대하는 총경회의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좌천 인사를 받은 이지은”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이 전 총경은 전날 경찰 내부망에 ‘경찰 동료분께 드리는 글’을 추가로 올렸다.
그는 “내가 어디에서 무엇을 할 때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고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는지, 앞으로 어떤 가치를 추구하며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이제는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고 싶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료들의 희생으로 쌓아 올린 이 계급장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경찰 동료들께 진 이 빚은 평생 두고 갚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이 전 총경이 사실상 정치권에 진출하겠다는 출마선언이 아니냐고 보고 있다. 실제 민주당 내에서도 이 전 총경을 인재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은 전 총경. 연합뉴스 |
이 전 총경은 경찰 조직 내에서 입지전적인 인물이었다.
경찰대 17기인 이 전 총경은 서울 광진경찰서 화양지구대장으로 근무하다가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으로 승진했는데, 일선서 지구대장이 총경으로 승진한 경우는 경찰 역사상 처음이었다.
그는 경찰 재직 중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다. 서울대 사회학 석사와 영국 케임브리지대 범죄학 석사, 한림대 법심리학 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지난 2012년에는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 경감 시절 검사의 경찰 출석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면서 미니스커트 차림에 선글라스를 써 화제가 됐다. 이에 ‘미니스커트 여경’으로도 크게 주목을 받았다.
당시 그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저는 남자 경찰도, 여자 경찰도 아닌 ‘경찰 이지은’으로 살고 싶기 때문에 평소에도 제가 좋아하는 옷차림으로 다닌다”며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태어나 처음 하는 1인 시위였고, 이 시위가 가지는 의미가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제가 가진 옷 중에 가장 예쁘고 제게 잘 어울리는 것을 골라 입은 것 뿐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또 “우리 사회가 검찰을 이미 성역으로 인정한 채 개혁이나 특권의 타파를 벌써 포기해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나의 노력이 당장 해당 검사를 소환시키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더라도 검찰의 공고화된 권력에 조금씩 균열을 낼 수는 있다고 생각해 1인 시위를 생각해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