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성 야구팬의 격려금이 1억6000만원? 장정석·김종국 재판행

[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후원사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프로야구 KIA(기아) 타이거즈 장정석 전 단장과 김종국 전 감독이 재판에 넘겨졌다. 장 전 단장에 대해서는 2022년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앞둔 포수 박동원(현 LG 트윈스)에게 최소 12억원의 FA 계약금을 받게 해주겠다며 2억원을 달라고 세 차례 요구했다가 거절당해 미수에 그친 혐의도 적용됐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중요범죄조사부(부장 이일규)는 전날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을 배임수재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두 사람에게 금품을 제공한 외식업체 대표 김모씨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2022년 선수의 유니폼 등에 부착하거나 경기장 펜스 등에 설치하는 광고계약과 관련해 김모씨로부터 부정한 청탁을 받고 대가로 1억6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야구장 내 감독실에서 김 전 감독은 2022년 7월 6000만원을, 같은 해 10월에는 김 전 감독과 장 전 단장이 함께 1억원을 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은 수수 대가로 장 전 단장이 해당 업체 광고가 표시되는 홈런존 신설 등의 요구사항을 야구단 마케팅 담당자에게 전달했으며, 김 전 감독이 구단 광고 담당 직원과 업체를 연결해 광고계약 체결에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 김 대표의 요구사항이 최대한 반영된 맞춤형 광고패키지 계약도 성사됐다고 한다. 김씨가 운영하는 업체는 야구단이 직접 관리하는 유니폼 견장 및 포수보호장비, 스카이박스 광고계약을 체결했다.

장 전 감독은 2022년 5~8월 FA 계약과 관련해 배임수재미수 혐의도 함께 받고 있다. 당시 기아 구단 소속으로 활동하다 FA 자격을 획득한 박동원 선수와 협상을 하면서 최소 12억원의 계약금을 받게 해줄 테니 대가로 2억원을 달라고 세 차례 요구했으나 선수가 거절한 것이다. 검찰 수사에선 박 선수가 제출한 장 전 단장과의 대화 내용 녹음 파일을 대검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에서 분석한 결과 장 전 단장의 집요한 금품요구 상황이 명확히 규명됐다고 한다.

이 사건은 박 선수가 장 전 단장의 금품 요구 사실을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에 신고하고 기아 구단이 진상조사를 하면서 주목받았다. 기아 구단은 지난해 3월 징계위원회를 열어 장 전 단장을 해임했으며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같은 해 4월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은 장 전 단장을 수사하던 중 김 전 감독과 함께 후원사 뒷돈을 받은 혐의를 추가로 발견해 수사 범위를 넓혔다. 결국 김 전 감독도 해임됐으며 후임에는 이범호 감독이 선임됐다.

장 전 단장과 김 전 감독은 돈을 받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야구단 열성 팬인 김 대표가 선수들의 사기 진작을 위한 격려금 명목으로 준 것이란 취지로 검찰에 진술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금품수수 사실을 구단이나 선수단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며 “대부분 주식투자나 자녀 용돈, 여행비용 등 개인적으로 착복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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