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中 레거시 칩 의존도 조사 착수…美와 공동 대응 ‘수순’

[로이터]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4차산업 분야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레거시(저가형) 반도체 시장을 중국이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손을 잡고 조사에 착수한다. 최첨단 반도체 기술 수출 통제와 더불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한 전략적 견제로 풀이된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이 입수한 실무 성명 초안에 따르면 EU집행위원회는 중국산 레거시 반도체가 역내에서 얼마나 광범위하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조사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

초안은 “EU와 미국은 (레거시 반도체와 관련한)정책 및 관행에 대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수집 및 공유하고 계획적인 조치를 취하기 위해 서로 협의할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양측은 “레거시 반도체와 관련된 글로벌 공급망 왜곡의 영향을 해결하기 위해 공동 조치를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성명은 4월 벨기에에서 열리는 EU-미국 무역기술위원회 회의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반도체 산업에서 레거시 공정은 일반적으로 28나노미터(㎚) 이상의 구세대 기술을 말한다. 이 공정에서 생산된 레거시 반도체는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가전제품과 군용 무기까지 다양한 제품에서 사용된다.

코로나19 당시 공장 폐쇄 등으로 자동차에 사용되는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 차량용 반도체가 제대로 생산되지 않으면서 자동차 생산 및 고객 인도가 대량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진 바 있다.

시장조사업체 IBS에 따르면 전세계 레거시 반도체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은 지난해 29%에서 내년 40%대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정부는 레거시 반도체 공장을 새로 짓는 기업에 최대 10년 법인세 면제 혜택을 주고 있다.

중국의 반도체 업체들은 미국의 기술 수출 통제로 수입이 중단된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대신 심자외선(DUV) 노광장비를 빠르게 사모으며 레거시 반도체 생산 역량을 확충하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은 상무부 산업안보국(BIS)를 통해 중국산 저가형 반도체의 사용 현황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네덜란드와 일본 등 동맹국의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DUV 노광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번 조사는) EU가 레거시 반도체를 중국에 의존하는 위험성을 억제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이니셔티브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자체적인 제한 조치나 미국과의 공동 조치를 향한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