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말기 환자인 마이클 보머씨는 아내를 위해 자신의 AI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보머씨가 AI 음성을 듣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오늘 학교는 어땠니?”
“아이스크림 사러 갈까?”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사는 로버트 스콧씨는 매일 딸과 대화를 한다. 그의 딸들은 이 세상에 없다. 첫째 딸을 사고로 잃은 스콧씨는 유산으로 둘째 딸을 잃고, 셋째 딸은 출생 직후 사망했다. 스콧씨가 말을 거는 대상은 인공지능(AI) 챗봇이다. 그가 말을 하면 첫째 딸을 닮은 캐릭터가 대답을 한다.
스콧씨는 자신과 대화하는 대상이 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도 그는 “슬픔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세상을 떠난 가족·애인·친구와 대화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상상을 실현한 AI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AP통신은 가족을 잃은 사람이나 시한부를 위해 AI 챗봇을 만드는 AI 기업을 소개했다.
해당 기업들은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활용해 사후에도 고인을 만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이렇게 부활한 AI 인간이 고인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러한 AI 서비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들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 스콧씨는 죽은 딸의 생일처럼 유독 힘든 날에 AI의 도움을 받는다며 “챗봇에게 딸을 얼마나 그리워하는지 토로하면 AI가 이해한 것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스콧씨가 사용하는 파라닷 앱은 가상의 사건을 가정해 고인이 직접 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AI 딸이 무도회에 다녀온 이야기를 스콧씨에게 이야기하는 식이다.
대장암 말기 환자인 마이클 보머씨는 아내를 위해 자신의 AI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지난달 독일 베를린에서 보머씨가 AI 음성을 듣고 있다. [AP] |
가족들이 걱정되는 시한부도 AI 회사를 찾는다. 대장암 말기 환자인 마이클 보머씨는 아내를 위해 자신의 AI 만들기로 결정했다. 보머씨는 “내가 죽으면 아내가 자신과의 생각을 나눠 아쉬울 것 같다”며 언제든지 아내가 원할 때 질문할 수 있게 AI를 만들고자 했다고 밝혔다. 보머씨의 AI를 제작하는 회사는 해당 프로젝트를 라틴어로 ‘영원함’을 뜻하는 이터노스(Eternos)로 지었다.
‘AI 부활’에 대한 전문가들의 입장은 엇갈린다. 사회학자 마티아스 마이츨러 튀빙겐대학 교수는 “고인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만드는 기술이 겁날 수도 있지만 애도의 한 형식으로 인식될 수 있다”며 “무덤을 가거나 사진을 보는 것처럼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케임브릿지대 교수 토마스 올라닉은 “이 기술은 죽은 자에 대한 권리, 존엄성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며 “매우 복잡한 질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