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사가 개발한 해상인명구조용 장비 발신기〈좌측〉와 W사가 복제 제작 판매한 해상인명구조용 장비 발신기〈우측〉 |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의 한 군납장비 제조회사에서 독점 기술로 개발된 해상인명구조용 장비가 ‘짝퉁’ 제품으로 만들어져 군·경에 불법 판매한 의혹으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짝퉁’ 제품을 제작 판매한 회사는 해당 장비를 개발한 군납장비 제조회사의 장비를 받아 유통 판매해 왔던 협력업체이자, 방산업체이다.
그런 이 회사가 제조회사의 기술을 절취해 ‘짝퉁’ 제품으로 제작 판매해 수십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더욱이 해상인명구조용 장비는 제조회사의 핵심 영업비밀인데다가, 해군과 해경 등에서 인명 안전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중요한 장비인데, 그 핵심 기술들이 외부로 빼돌려져 개발기업과 국가에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8일 인천 서구에 위치한 피해 제조회사인 L사에 따르면 해상인명구조용 장비는 우리 군이 물에 빠졌을 때 조난위치를 발신해 신속하게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독점 기술로 만든 최첨단 안전 장비이다.
L사는 그동안 해당 군납장비를 제작해 유통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방산업체 W사를 통해 해군과 해경 함정에 납품해 왔다.
그런데 W사가 해당 장비를 제작한 L사의 개발 생산 기술을 절취해 그대로 복제해 만든 ‘짝퉁’ 해상인명구조용 장비를 해군, 해경 및 방사청 함정건조사업 등지에 판매해 수십억원 상당의 부당 이득을 챙긴 의혹을 받고 있다.
경기도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이같은 사실 확인을 위해 최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W사의 증거물들을 확보한 것으로 밝혀졌다.
L사는 “W사가 암호화 코드 등 핵심 기술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조난위치식별 관제프로그램, 회로도, PCB생산데이터 등 개발 기술 및 생산자료들까지 모두 절취해 100% 복제품을 제작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W사는 장비 케이스 디자인까지 거의 흡사하게 도용해 해군 등 소비자가 기존 L사가 제작한 장비와 동일품으로 오인하게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당 장비는 군에서 사용하는 장비로, 강력한 암호화 알고리즘으로 통신보안성을 최고 수준으로 만들었다고 L사는 밝혔다.
그런데 누군가 암호화 코드를 해독해 해당 장비인 발신기를 복제해서 해군함정을 특정 위치로 유인할 경우 국가 안보에도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 왔는데 W사가 이를 절취해 갔다고 L사는 주장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군 당국이 불법으로 만든 ‘짝퉁’ 장비를 납품 받은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우리 군 병력들의 인명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문제인 만큼 복제품이 군에 납품되는 과정을 철저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오는 8월 시행되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형사처벌 형량기준을 상향하는 등 갈수록 영업비밀 침해자에 대한 처벌수준을 높여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향후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피해 제조회사는 물론 장비 사용자인 국가기관까지 피해가 예상되고 있어 경기도남부경찰청의 수사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