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렌티나 페트릴로 |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시각 장애인 트랜스젠더 육상선수가 2024 파리 패럴림픽대회(장애인올림픽) 여자 육상 경기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영국 BBC는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의 성전환 육상선수인 발렌티나 페트릴로(50)가 자국 국가대표로 선발돼 파리 패럴림픽 장애인 육상 여자 200m와 400m 스포츠등급 T12 경기 출전 자격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페트릴로는 BBC와 인터뷰에서 “나는 포용의 상징이 될 것”이라며 “인종, 종교, 정치적 이념을 차별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내 모습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페트릴로가 파리 패럴림픽에 출전하는 데는 규정상 문제가 없다.
세계육상연맹과 세계장애인육상연맹의 성소수자 출전 정책이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세계육상연맹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국제대회 여성 부문 출전을 금지하고 있지만, 세계장애인육상연맹은 법적으로 여성으로 인정받은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허가한다.
이미 페트릴로는 국제대회 출전 이력이 있다. 지난해 세계장애인육상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 2개를 획득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도 페트릴로의 패럴림픽 출전을 막을 명분이 없다.
IPC는 트랜스젠더 선수 관련 정책을 각 종목 단체 결정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은 최근 BBC와 인터뷰에서 “페트릴로의 패럴림픽 출전 여부는 세계장애인육상연맹 정책에 따르게 된다”며 “현재 규정상, 연맹은 그의 (패럴림픽) 출전을 허용하기 때문에 그 선수 역시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환영받으며 경기를 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페트릴로의 패럴림픽 출전에 관한 반대 목소리도 크다.
트랜스젠더 선수의 국제대회 출전을 반대해온 이탈리아 출신 변호사 겸 육상선수 마리우차 퀼레리는 “페트릴로의 패럴림픽 출전 허가는 공정의 가치보다 포용의 가치를 선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엔 30명 이상의 여성 선수들이 이탈리아 육상연맹과 정부에 페르릴로의 대회 출전에 이의를 제기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페트릴로는 9세 때 자신을 여성으로 인지했고, 14세 때 퇴행성 안구질환인 스타가르트병 진단을 받았다.
시각장애인이 된 페트릴로는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시각 장애 남자 육상 선수로 활동했고, 이탈리아 국내 대회에서 11차례 우승했다.
여성과 결혼한 페트릴로는 2018년부터 아내의 지원을 받아 여성의 삶을 살기 시작했다.
2019년 1월부터는 호르몬 주사를 맞았다.
한편 스포츠 과학자인 로스 터커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트랜스젠더 선수들은 (어린 시절)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노출되는 과정에서 남성적 신체를 갖게 된다”라며 “스포츠계는 선수들이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면 성소수자들도 자유롭게 경쟁할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지만, 이미 형성된 근육과 근력, 골격 모양, 골격 크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더라도 경기력의 이점은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