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24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지난 5월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나 물의를 빚은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가 1심에서 징역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도주치상, 도로교통법상 사고후미조치,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씨에게 “성인으로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일말 죄책감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김 씨는 지난 5월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낸 뒤 피해자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도망가고, 매니저에게 자수를 지시해 수사를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함께 기소된 이광득(41) 생각엔터테인먼트 대표, 전모(39) 생각엔터테인먼트 대외협력본부장은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개월이 선고됐다. 허위 자수를 한 매니저 장 씨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준법운전강의 40시간 수강, 사회봉사 200시간이 선고됐다.

김 씨는 지난 5월 음주운전을 하던 중 교통사고를 냈다. 김 씨는 곧바로 현장을 이탈해 전 본부장과 또 다른 매니저 하 씨에게 전화해 대신 자수할 것을 요구했다. 하 씨가 거절하자 전 본부장이 장 씨에게 전화해 허위 자백을 지시했다. 장 씨는 다음날 경찰에 출석해 음주운전 및 교통사고에 대해 허위 자수했다.

최 판사는 “김호중은 교통사고 발생 후 도주한 직후 피고인 전 씨, 장 씨에게 전화해 자신이 있는 위치로 와서 사고 처리를 부탁하고 막내 매니저에게도 부탁했다”며 “타인에게 자신이 저지른 범행을 수습해주기만을 종용했다”고 지적했다.

김 씨와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의 조직적 은폐로 수사에 혼선이 초래된 점도 지적했다. 최 판사는 “김호중은 음주운전으로 택시를 충격하고도 무책임하게 도주한데서 나아가 이광득, 전 씨와 공모해 허위로 수사기관에 자수하게 했다”며 “초동수사에 혼선을 초래하고 이 과정에서 경찰 수사력도 상당히 낭비됐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김 씨가 추가로 정황을 은폐한 점도 드러났다. 김 씨는 다음날 장 씨가 자수를 하러 가자 모텔에 숨어 장 씨에게 전화를 걸었고, 장 씨가 “사고를 내서 미안하다”고 하자 “괜찮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 판사는 “수사에 대비해 허구 대화 내용을 남기고 모텔 입실 전에 맥주를 구매했다”며 “객관적인 증거인 CCTV에 의해 음주 영향으로 비틀거리는게 보이는데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을 하며 부인하는 등 범행 후 정황도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에 대해서는 “가장 연장자이자 엔터테인먼트 대표로서 그릇된 방식으로 김호중의 범행을 은폐하기에 급급했다”며 “전 씨와 장 씨는 피고인의 지시에 따라 범인도피 또는 증거인멸 범행에 나아갔다고 보여 죄책이 보다 무겁다”고 했다. 이 대표는 범인도피 교사,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