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국면에 숨죽인 기업들, 사업재편·자금조달 파장 ‘주목’

‘정치리스크’ 심화하며 한국경제 ‘대혼돈’
에너지화학 ‘직격탄’ 우려…여파 예의주시
주총·회사채 발행·자산매각 등은 일정대로
국정 공백에 정부 석유화학 지원책도 ‘불투명’
“불확실성 길어지면 경영전략 수정할 수밖에”


대기업이 밀집한 서울 도심 모습. [123RF]


[헤럴드경제=정윤희·한영대 기자] 정치권이 급속도로 탄핵정국으로 돌입하면서 산업계 역시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분간 환율, 대외신인도 등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실상 내각 총사퇴에 따른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도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 특히 글로벌 업황 부진 등으로 인해 사업재편·자금조달·자산매각 등을 추진 중인 기업들부터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너지화학 분야 주요 기업들은 일단 예정돼있는 임원인사, 주주총회, 자금조달 관련 일정들을 계획대로 소화하면서도 비상계엄 후폭풍과 대통령 탄핵 추진 등이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야당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데 이어 여당이 의원총회서 탄핵 반대로 당론을 모으면서 정치권은 극한 대립이 예고된 상태다. 이에 원달러 환율은 이날 새벽 2시 1413.6원에 거래를 마치며 정국 불안을 반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해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해 경제활동에 영향을 끼치면 (한국의 국가)신용도에 부정적일 것”이라며 “취약한 경제성장 전망, 지정학적으로 어려운 환경,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제약을 포함한 수많은 위기에 대처할 정부 역량에 부담이 가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역시 이번 사태가 “국제 투자자들 관점에서는 분명한 마이너스 쇼크로 부정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여파로 유동성 확보가 급선무인 기업들 중심으로 자칫 자금조달 금리 상승 부담으로 이어져 재무 리스크가 심화될 가능성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업재편 및 자산매각, 자금조달 등을 진행 중인 에너지화학 분야 기업들은 “환율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글로벌 사업 등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두산밥캣 분할합병을 추진 중인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오는 12일 주주총회를 일단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회사채의 기한이익상실(EOD) 조건을 논의할 사채권자 집회를 오는 19일 계획대로 진행한다. 해외법인 지분 매각을 통한 1조4000억원의 자금조달 추진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SK㈜, SK텔레콤, SK브로드밴드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 중인 SK그룹 역시 계획대로 이달 중 최종 자금조달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2공장 매각을 추진 중인 LG화학, 효성화학의 특수가스(NF3) 사업부 매각을 진행 중인 효성그룹도 일련의 사업재편은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효성 관계자는 “NF3 사업성에 따라 매각가 등이 정해지는 만큼 일련의 상황과 관계없이 사업 재편은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본격적인 탄핵정국에 들어서면 해외사업 불확실성 등이 커지며 기업 활동이 위축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경제정책의 불확실성이 증가할수록 기업 투자는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련의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국내보다는 해외사업 쪽에서 발생하는 영업이익 등이 변동이 생길 가능성이 있는 만큼 (자금조달 등과) 관련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 역시 “정치권에서 혼란이 지속될수록 기업들도 신규투자, 인수합병(M&A) 등의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아질 것”이라며 “앞서 노무현·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에도 마찬가지 였다”고 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지면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은 강세를 보이고 반대로 원화는 약세를 띌 것”이라며 “해외 기업들을 상대로 자산 매각을 시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자칫 제 가격을 받지 못하고 자산을 팔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역시 “정치적 불안정성이 경제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며 “기업들은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기존에 계획했던 투자나 사업재편 등을 다시 고려하는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계속된 불확실성으로 자본 유출이 이어지면 기업은 경영 전략을 다시 수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가 추진 중이던 산업계 지원 정책 및 법안 역시 ‘올스톱’ 될 전망이다. 당장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달 중 내놓을 예정이었던 석유화학 지원책 등의 경우 발표 여부를 장담키 어렵게 됐다. 비상계엄 사태로 전날 국무위원 전원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급 이상 참모 전원이 사의를 표명하면서 국정 공백이 우려되는 상태다.

탄핵정국에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었던 원자력발전 산업 활성화와 동해 심해 가스전(대왕고래) 개발사업 등도 동력을 상실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실제 전날 자본시장에서는 비상계엄 사태 후폭풍으로 원전 및 대왕고래 관련 주식들이 일제히 급락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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