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살았나 보다. 살아생전 내란을 두 번이나 경험하다니. 다행히 2시간 만에 엽기 드라마 같던 내란이 막을 내렸다. 민주주의 감수성 충만한 국민의 승리다.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느냐고 항변하지만, 본래 실패한 내란은 짧은 것이 보통이다. 내란은 미수도 처벌하고, 예비 또는 음모만 해도 3년 이상의 중형에 처한다. 성공해도 시차는 있지만 역사가 단죄하였다.
형법 제87조는 내란을 “대한민국 영토의 전부 또는 일부에서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일으킨 폭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헌문란이라는 애매한 문구의 해석을 둘러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형법 제91조는 친절하게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을 강압에 의하여 전복 또는 그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해 주고 있다.
무장한 군인들이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되었다. 이것도 조작이라고 억지 부릴지 모르겠지만 너무 많은 국민이 증인이다. 국회는 헌법에 의하여 설치된 국가기관이다. 국회의사당은 대한민국 영토의 일부이다. 삼권분립 상 국가권력의 한 축인 입법권을 위헌, 위법적인 강압으로 배제하려고 하였다.
내란죄에 있어서 폭동에는 물건을 손괴하는 것도 포함된다.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고 유리창을 깬 것만으로도 폭동에 해당한다. 만일 국가권력을 배제하거나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 없이 단순히 야당을 경고하기 위해서 이런 행동을 하였다면, 그건 사법부가 아닌 정신과의 영역으로 더 심각한 국정 수행 결격사유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대통령을 포함한 일부 공무원의 헌법정신 왜곡 또는 결여 때문이다. 대통령은 수시로 헌정질서수호를 외쳤지만 헌법정신을 왜곡하였다. 어깨 가득 별을 달고 있는 장군들이 대통령의 잘못된 명령에 따랐다. 장군이 되도록 제대로 된 헌법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문과 130개의 조문으로 구성된 우리 헌법은 다른 법률들보다 훨씬 단출하지만, 모든 법의 최상위에 있다. 단어 하나하나에 대한민국의 유구한 역사와 철학이 담겨있다. 헌법은 국가조직과 운영의 기본이다. 모든 공무원에게 헌법정신은 없으면 죽게 되는 공기와 같은 것이다. 따라서 헌법정신은 공무원의 출발선부터 갖추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모든 장교와 부사관이 임관하는데 헌법시험은 없다. 군인도 공무원인데, 국가조직과 운영의 기본인 헌법을 전혀 모르고 간부로 임관하고 있다. 장군이 되도록 제대로 된 헌법교육을 받지 못했으니 헌법에 위반되는 내란명령에 아무런 고민 없이 복종하였던 것이다.
법조인을 선발하는 변호사시험이나 7급 공무원, 경찰 등 일부 분야에서만 헌법을 시험과목으로 하고 있다. 군 간부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첫 단계인 9급 채용에서도 헌법적 소양을 갖추고 있는지 전혀 확인하지 않고 있다. 현실이 이러하니 몇 개 안 되는 조문만 달달 외우면 헌법을 다 아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공무원이 주권자인 국민에게 제대로 봉사하게 하려면, 그 출발부터 헌법정신과 이론으로 무장하고 숨 쉬게 만들어야 한다.
이찬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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