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발 50% 이상 빠지는 중증으로 악화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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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 ‘500만개 중 8만개’
사람 몸에 나는 털은 보통 약 500만개다. 이 중 약 2%인 8만∼12만개가 머리카락이다.
머리카락은 하루에 약 50∼100개 정도가 빠지는데, 잠을 자고 나서 또는 머리를 감을 때 빠지는 머리카락이 100개 이상이면 탈모 질환이다.
안드로겐성(남성형) 탈모에서부터 휴지기 탈모(출산 후 또는 가을철 탈모), 원형 탈모 등 탈모의 종류는 다양하다.
특히 원형 탈모는 하나 혹은 여러 개의 동그란 모양으로 갑작스럽게 머리카락 등의 털이 빠지는 질환이다. 원형 탈모라는 명칭과 다르게 질환 부위가 원형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모발이 50% 이상 빠지는 중증으로 악화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몇년 새 원형탈모증 등으로 진료받는 20~30대 탈모 환자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원형탈모증, 흉터탈모증 등 심각한 질환으로 보험 급여를 받은 환자는 2018년 22만5000여명에서 2022년 25만여명으로 4년 새 약 11% 증가했다. 이 가운데 20~30대 젊은 탈모 환자는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원형 탈모는 일반적인 탈모와 달리 자가면역질환으로 분류된다. 몸속 면역세포가 정상적으로는 공격하지 말아야 할 자신의 모낭 세포를 공격해 털이 빠지는 것이다. 여기에 가족력이나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문제는 원형 탈모가 평생에 걸쳐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사회 활동이 왕성한 젊은 연령층에게 발생하면 대인관계, 구직활동 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울증 같은 정신과적인 문제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반적인 치료법은 미녹시딜 등의 약물을 질환 부위에 바르는 것이다. 스테로이드를 탈모 부위에 직접 주사하기도 한다. 다만 주사 통증이 있어 탈모 면적이 넓은 환자 등에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탈모 부위에 알레르기접촉피부염을 일으키는 ‘접촉 면역요법’도 있다. ‘DPCP’라는 물질을 이용해 원형탈모와 다른 면역 반응을 인위적으로 일으키는 방식이다. 마치 산불이 났을 때 맞불을 놓아 불을 끄는 방법과 비슷한 원리로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원형탈모 예방을 위한 대응 방안 중 하나로 ‘고압산소케어’가 주목받고 있다. 고압산소케어는 2기압 정도의 고압 환경에서 100%에 가까운 고농도 산소를 호흡하는 방식으로, 체내 산소 수준을 극대화해 말초신경계까지 신체 각 부분에 산소를 공급한다. 미세혈관까지 고농도의 산소를 전달하고 신생혈관을 생성하며 치유와 재생 능력을 높여줄 수 있다.
고압산소케어는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부과 실용 및 개념(Dermatology Practical and Conceptual)’ 저널에서는 고압산소케어가 탈모와 여드름, 만성 피부 질환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국제학술지 미용피부과학회저널(Journal of Cosmetic Dermatology)에 따르면 고압산소케어는 탈모 감소, 피부 회복 촉진, 가려움증 완화, 모낭염 치료에도 도움을 준다. 특히 모발 이식 수술 후 회복을 돕는 데도 효과적이다.
고압산소케어는 저스틴 비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등 유명인들의 몸 관리 비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호날두는 고압산소 기기를 집에 들여놓고 꾸준히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탈모 관리 외에도 피부 미용, 세포 재생, 혈액 순환 개선 등 다양한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고농도의 산소를 보충함으로써 세포 재생을 촉진해 피부의 탄력을 높이고 조직과 세포 회복을 돕는다.
특히 텔로미어의 길이를 연장해 ‘역노화’(리버스에이징)를 이룰 수 있는 열쇠가 될지도 주목받고 있다. 텔로미어는 세포의 노화와 관련된 중요한 요소로, 텔로미어 길이가 길어지면 세포의 수명이 연장되고 전반적인 노화가 지연될 수 있다.
여러 연구에서 고압산소케어를 꾸준히 받은 후 노화로 인한 텔로미어의 단축 속도가 늦춰지거나 그 길이가 연장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외에도 고압산소케어는 심폐 지구력과 운동 기능 향상, 당뇨 및 혈관 건강 개선, 수면 장애 해소 등 전반적인 신체 건강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고압산소케어 |
원형탈모처럼 면역력과 스트레스가 큰 영향을 미치는 질환은 식단, 평소 생활 습관과 스트레스 관리가 중요하다. 여기에 고압산소케어와 같은 새로운 관리법을 병행하는 것도 효과적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형 탈모는 초기 단계부터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면서 “관리 시기를 놓치지 않고 고압산소케어 등을 포함한 적극적 개선에 나선다면 만성 면역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