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닛산 합병 절차 잠정 중단…국내 車업계 영향은 [비즈360]

혼다-닛산 합병 ‘자회사 편입’ 놓고 갈등
통합 행방 ‘오리무중’, 전망 불투명해
韓 업계에는 “친환경 경쟁력 굳힐 기회”


지난 3월 일본 도쿄에서 닛산 자동차 최고경영자(CEO) 우치다 마코토(왼쪽)와 혼다 자동차 CEO 미베 토시히로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혼다와 닛산자동차의 합병이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양사가 통합을 통해 영업 및 기술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노려온 만큼 경쟁상대인 국내 완성차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6알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파이낸셜타임즈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닛산은 앞서 혼다와 추진해 왔던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 철회를 고민하고 있다.

양사가 앞서 통합 지주회사를 세우고 동등한 입장에서 통합을 진행하기로 했지만, 이후 논의 진행 과정에서 혼다 측이 닛산에 자회사 전환을 제의한 것이 불협화음의 발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일본 시가총액 기준으로 혼다의 주가는 닛산의 약 5배 수준으로 추정되는 만큼 혼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닛산과의 대등한 통합은 향후 배임 소지에 대한 우려를 남길 수 있다. 반면에 과거 일본 완성차 시장을 호령해 왔던 닛산 입장에서는 혼다의 자회사로 들어가는 것이 적잖은 충격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닛산 경영진들은 혼다의 ‘자회사 제안’을 받고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닛산 측은 이날 성명을 통해 “최종 결정이 내려지지 않았지만, 논의 중인 방안 중 하나는 합병을 위해 혼다와 맺은 계약을 폐기하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혼다와 닛산의 합병 논의는 일본 자동차업계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진행됐다. 르노가 보유한 닛산의 지분을 대만의 폭스콘에 넘기는 방안이 검토돼 온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여기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일본을 상징하는 자동차 업체의 지분을 대만회사에 넘길 수 없다는 것이 골자였다.

혼다가 앞서 닛산과 전기차(EV) 시장 확대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에 양사가 힘을 합치는 방안을 꾸준히 논의해 온 만큼, 통합의 대상자로 낙점을 받았다. 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경영권 배분 문제 ▷기술 및 생산 설비 통합 방식 ▷전기차·자율주행차 개발 방향 등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합병 협상이 진행된 초기부터 미베 토시히로 혼다 최고경영자(CEO)는 “양사의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해 지주사 구조가 필요하지만 초기에는 혼다가 주도권을 잡을 것”이라며 “닛산이 생산능력 20% 감축과 9000명 감원 등의 구조조정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닛산 입장에서는 자존심을 구길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었다.

다만, 향후 추가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번 ‘빅딜’에 일본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는 만큼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닛산은 내주 열릴 이사회를 통해 이러한 사안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양사의 이번 협상 난항은 업계에서 글로벌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기아에 다소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할 전망이 높다. 두 일본 업체가 전기차 전환과 글로벌 협력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협상 중단으로 시장 대응 속도가 늦춰지게 됐다는 평가다.

혼다는 세계 1위의 자동차 기업 토요타에 필적할 정도로 강력한 하이브리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동화와 전장부품 수준에 있어서는 약점을 보여왔던 회사다. 닛산은 일본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전동화에 들어갔지만, 현재 사업성이 가장 높은 하이브리드 라인업과 대형 SUV 분야에서 차량이 부재하며 고배를 마시고 있다. 두 기업이 합병을 통해 서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했던 셈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혼다와 닛산이 단독으로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현대차·기아가 이미 전기차 플랫폼(E-GMP)과 배터리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만큼 일본 업체들의 발걸음이 느려질수록 한국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양사의 합병 작업이 다시 재개될 경우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닛산과 혼다가 하나가 되면 토요타(1000만대), 폭스바겐(900만대)에 이은 글로벌 판매 3위권(800만대)의 자동차그룹의 출현을 의미한다. 현재 글로벌 3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750만대)은 4위로 내려가게 된다. 업계에서는 닛산과 혼다의 통합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합종연횡 속도를 더욱 높일 것이란 전망도 제기돼 왔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