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투표제 통한 경영권 방어
주주제안 없이 기업 경영 집중하는 곳도
이남우 회장 “올해 많은 외국인 투자자 주총에 참여할 것”
“삼성전자, 신임이사로 외국인·엔지니어 출신 선임할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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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열린 지난 23일 오전 서울 중구 그랜드하얏트 서울에서 전국금속노동조합 연맹 고려아연 노동조합원들이 손 피켓을 들고 서 있다. 임세준 기자 |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다가오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재계 곳곳에서 다양한 주주제안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소액주주와 행동주의 펀드들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이들은 기업 경영을 적극 감시하며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외 ▷집중 투표제를 통한 경영권 방어와 ▷주주제안이 없는 경우로 최근의 주주제안 유형을 나눠볼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오랜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 쏠린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은 장기전에 돌입했다. 이들의 주주제안 핵심은 ‘집중투표제’다. 지난 5일 고려아연 측이 영풍 지분을 보유한 자사 계열사 영풍정밀을 통해 영풍에 집중투표제 도입 안건을 다루자는 주주제안을 내놨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가 지배하는 고려아연 계열사로, 영풍 총발행 주식의 3.59%(6만6175주)를 보유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선임하는 이사 수만큼의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하는 제도인데, 이는 소수 주주가 지지하는 후보의 선임 가능성을 높여준다.
영풍정밀은 장씨 일가가 영풍 지분 52.65%를 차지하고 있어 이사 추천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며 집중투표제를 통해 소수 주주 등이 추천하는 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켜 영풍 경영을 견제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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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
집중투표제는 지난달 고려아연이 임시 주총에서 영풍·MBK에 비해 지분 열위에 놓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꺼냈던 카드기도 하다. 지난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가족회사인 유미개발을 통해 집중투표제를 제안, 통과시킨 바 있다.
당시 고려아연 측은 “집중투표제를 도입하면 일반 주주들을 대변하는 이사를 선임할 기회가 대폭 늘어난다는 점에서 일반 주주들의 권리 신장과 이익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주주제안의 또 다른 화두는 ‘소액주주’다. 기업의 경영과 실적을 감시하며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은 올해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 액트는 롯데쇼핑 소액주주를 결집,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추진을 제안했다. 이들은 롯데 쇼핑 이사회에 과도한 부채사용과 지배구조 불투명성 개선을 요구하는 주주 서한을 발송하며 장기 주가 부진에 대한 요인과 구조에 대한 해소 요구를 촉구하고 있다.
액트는 이마트 이사회에도 재무구조 개선·회장의 등기임원 선임·주주 소통 강화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3월 주주총회에서 집중투표제 도입, 자사주 소각(656억원), 밸류업 프로그램 공개 등 6개 안건 상정을 추진한다. IBK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과정에 966명의 소액주주가 참여했으며 총 1.4% 지분을 확보했다. 하지만 상법상 주주제안권 요건 충족을 위해 추가 지분을 모집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 소액주주인 Unlocking Value은 ‘농심’에 문제제기를 했다. 이들은 농심의 사업 수익성 제고와 과도한 내부거래 그리고 경영진 보수 체계를 지적하며 내부 일감 몰아주기와 성과와 무관한 경영진 보수 수정을 요구했다.
최근 높아진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행동주의 펀드들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섰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의 경영에 적극 개입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려는 투자자들을 말한다.
코웨이 지분을 2.84% 보유하고 있는 얼라인파트너스는 코웨이의 넷마블 지분 인수 후 낮아진 주주환원율을 지적하며 집중투표제 도입, 주주 추천 사외이사 선임 등 이사회 독립성 제고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폴 기반 행동주의 펀드 FCP 또한 KT&G에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회장은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이 더 정교해지며 더 많은 투자자의 지지를 받는 것 같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반면, 주주제안을 하지 않고 기업 경영에 집중하겠다는 곳도 있다. 바로 다올투자증권이다. 지난 3일 다올투자증권 2대주주 측은 이번엔 주주제안을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김기수 다올투자증권 2대주주는 “경영개선에 집중하는 게 현 상황서 우선이라 판단한다”며 “경기침체와 원화약세 등 대외 여건뿐만 아니라 높은 PF 익스포져(노출액)로 인한 자산건전성 악화, 신용등급 하락 등 회사의 전반적인 경영상황이 어려운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이유를 덧붙이며 경영 쇄신의 뜻을 강조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 포럼 회장은 다가오는 주주총회에 대해 “결국 이사회가 거버넌스(지배구조) 핵심 기구인 만큼 모두의 인정 속에 누가 신임 이사로 선임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많은 외국인들이 주총에 직접 참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는 일본같이 주주권리를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삼성전자의 이사회 신임이사 선임도 중요하다고 봤다. 그는 “삼성전자가 신임이사로 외국인 또는 엔지니어 출신을 선임하면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어 글로벌 보드가 중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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