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마크롱, 유럽 주요정상 긴급회의 소집
英 “파병 가능”…유럽 평화유지군 급물살
미국에 아웃소싱한 안보대책 변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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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데이토나 비치의 데이토나 국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NASCAR 데이토나 500 자동차 경주를 앞두고 대회 관계자들이 도열한 가운데 손녀 캐롤라이나와 함께 대회장을 걷고 있다. 캐롤라이나는 트럼프 대통령의 차남인 에릭 트럼프와 그의 아내 라라 트럼프의 딸이다. [AP] |
유럽연합(EU)이 미국과 러시아 때문에 근 80년 만에 군사력 부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을 완전히 배제한 채 우크라이나 전쟁 ‘즉시 종식’을 밀어부치고 있어 오는 17일 유럽 주요 정상들이 프랑스 파리에서 비공식 긴급 회동을 갖기로 했다며 약 80년간 미국에 안보 대책을 ‘아웃소싱’했던 유럽이 ‘군사력 부활’ 논의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날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영국군을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으로 파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타머 총리는 “유럽은 자체적인 안보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더 큰 노력을 해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안보는 유럽과 영국의 안보와도 연결된다”고 덧붙였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영국 총리가 우크라이나에 군을 배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제안한 유럽 평화유지군 아이디어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마크롱 대통령은 17일 파리에서 영국과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스페인, 네덜란드, 덴마크 정상과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을 초청해 비공식 긴급회의를 열 예정이다.
프랑스와 영국이 나서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 창설에 대해 목소리를 높인다면 지금껏 파병에 소극적이었던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입장을 선회할 여지가 있다.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후 안보 보장을 위해 20만명 규모의 평화유지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복귀로 미국과 유럽의 외교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면서 유럽이 유럽 안보를 책임지지 않으면 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는 게 트럼프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마이클 맥콜 미 하원 외교위원장(공화, 텍사스)은 “우리 유럽 동맹국들은 이제 각자 자기 영역에서 등판할 때가 왔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유럽에서는 이제 미국이 더 이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안보 비용을 부담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전반적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이러한 발언은 지난 14~16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의 기류를 반영한 것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유럽이 재빨리 우크라이나 지원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가 매우 불리한 휴전협정에 서명하도록 내몰릴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일단 오는 23일로 예정된 독일 총선은 지나야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책이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EU 주도국인 독일에서 총선 외 모든 이슈는 총선 후로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부활절(4월 20일)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식시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하지만 서방 외교가에서는 이번주 시작되는 미러 당국자 회담 일정 등이 모호하고 비현실적이어서 올해 연말은 돼야 종전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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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특사, 유럽 패싱에 유럽 주요국 즉각 반발=앞서 지난 15일 키스 켈로그 미국 대통령 우크라이나·러시아 특사는 뮌헨안보회의에서 ‘미국이 마련한 종전 협상 테이블에 유럽도 참여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유럽의 강한 반발을 샀다.
안토니우 코스타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우크라이나와 EU가 참여하지 않는 협상은 신뢰할 수도, 성공적일 수도 없다”고 반발했다.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유럽인을 빼놓은 채로 유럽 안보와 우크라이나의 미래를 논의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유럽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마크롱 대통령이 소집한 긴급회의에 참석하고자 켈로그 미 특사와 당일 예정된 회동을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의에서는 종전 협상에서 유럽을 배제한 트럼프 정부에 대한 대응,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파병안을 포함한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당국자들을 인용, 이번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가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향후 유럽이 미국과 무관하게 유럽 방위를 보장할 수 있는 방안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했다.
▶“유럽, 美와 무관하게 유럽 방위 보장하는 방안 논의”=한 유럽 외교관은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유럽은 협상에서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고도 협상 결과에 대해서는 경찰 역할을 하라는 요구를 받게 될 것”이라며 “이런 와중에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희소 광물에 50% 지분을 요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실제로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에 지난주 외교 문서를 보내 우크라이나 종전 합의의 일부로 유럽 각국이 우크라이나의 안보 보장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수 있는지, 유럽 주도 평화유지군의 규모는 어떻게 될지 등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유럽 외교가에서는 유럽 각국이 이에 어떻게 응답할지 논쟁이 있지만, 유럽의 집단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시각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