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취임후 통화는 없어
도널드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27일만에 한미 외교수장이 만나 대화의 물꼬를 텄지만, 정상 간 통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어 ‘외교 공백’ 한계가 뚜렷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이 철·알루미늄을 비롯해 우리나라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에까지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정상외교’ 비상등이 켜졌음에도, 한미 정상 간 직접 대화 통로가 막혀 있다. 외교가 안팎에선 대화 상대의 격을 중요시하는 트럼프 대통령 특성상 ‘대행의 대행’인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직접 대화할 가능성이 여전히 낮다는 전망이 주를 이룬다.
17일 외교부 당국자는 최 권한대행과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와 관련해 “한미 간에 소통 중이다”고만 했다. 외교부는 기재부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부터 통화 등 소통을 조율해 가고 있지만, 아직 진전된 사항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외교장관 회담에서 관련 내용이 언급됐는지 여부 또한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5일(현지시간) 한미외교장관 회담 이후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조태열 외교부 장관에게 최 권한대행에 신뢰를 보낸다는 입장을 전했다. 미국 국무부는 회담 결과 관련 보도자료에서 “루비오 장관은 한국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과 한미동맹의 강인함에 대한 그의 신뢰를 재차 밝혔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난달 20일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나온 미국의 공식 입장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그간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따른 최 권한대행 체제와 관련한 언급을 따로 하지 않았다.
한미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은 약 40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굳건한 한미 동맹을 재확인하고 북핵문제와 관세 이슈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특히 양 장관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면서 향후 대북정책 수립·이행 과정에서 긴밀히 공조해 나가기로 하면서 국내에서 제기된 ‘한국 패싱’ 우려가 일부 불식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관세 문제 또한 조 장관이 미래 번영을 위해 그간 한국이 주도해 온 대미 투자 성과를 설명하고 “이와 같은 노력이 유지·확대되기 위한 긍정적 환경 유지와 미국 측의 협력을 당부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루비오 장관은 “(담당 부처에) 잘 전달하겠다”면서 관계 부처 간 협의하자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양국은 또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사인 조선·반도체·에너지 분야가 한미 간 전략적 협력 과제라는 점에 공감하고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당분간 ‘물밑 소통’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나라 정상들이 미국과 협상하기 위해 갖가지 선물 보따리를 들고 줄줄이 트럼프 대통령을 찾지만, 정상외교가 실종된 채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과 최 권한대행 간 통화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높다고 얘기하기도 쉽지 않다”면서 “(루비오 장관의 신뢰 발언은) 일종의 ‘말치레 차원’인 것이고, 막상 대행 체제와 무언가를 결정하거나 협상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우려되는 것은 미국이 우리에게 ‘대화를 충분히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일방적으로 밀어버리는 일도 있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당분간 현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문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