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에서 매년 20~30건의 제재를 받는 실정
“현지 과도한 법률 때문에 준조세로 간주하기도”
명문화 아닌 구두 상 규제 일방적 준수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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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대 시중은행이 해외 금융당국에서 최근 4년간 받은 제재가 총 104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들은 해외에서 매년 20~30건의 제재를 받는 실정이다. 사진은 국내 4대 금융지주 본사 모습 [각 사 제공]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 동남아시아에 법인을 운영하는 A은행은 현지 금융당국에서 구두로 정한 규제를 미처 파악하지 못하고 몇차례 관련 제재를 받았다. 해당 법인에서 근무한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예상치 못한 제재가 비일비재하다”며 “명문화된 규제가 아니라 구두로 통보하고 제재를 하면 아무리 내부통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도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국내 4대 시중은행이 해외 금융당국에서 최근 4년간 받은 제재가 총 104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들은 해외에서 매년 20~30건의 제재를 받는 실정이다. 이중 현지 당국의 일방적인 처분에 제재를 떠안을 수밖에 없다는 은행권 토로도 나오고 있다. 국내 감독당국과 은행들은 글로벌 내부통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20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이 해외 당국으로부터 받은 제재는 총 104건에 달했다. 은행별로 보면 하나은행이 43건, 신한은행 28건, 우리은행 17건, 국민은행 16건 등이다.
연간으로 보면 매년 4대 은행들은 해외 각국에서 매년 20~30건의 제재를 받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해 1년간 4대 은행의 해외 제재 건수는 28건으로 1년 전(19건)보다 9건 증가했다. 28건 모두 과태료 처분이었다. 지역별로는 인도네시아와 멕시코가 많았다. 인도네시아에 있는 KB부코핀은행이 현지 당국으로부터 11건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것이 전체 제재 건수를 끌어올렸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서 발생한 제재의 대부분은 보고서 제출 지연이나 제출 후 수정으로 인한 과태료 부과”라며 “전체의 60%는 50만원 이하의 소액”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과거 인도네시아에서만 16건 지적을 받았는데, 12건이 50만원이하 소액이며 대외보고서 관련 경미한 오류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멕시코에서는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이 작년 1년간 총 7건의 제재를 받았다.
국내 금융당국에서도 해외 제재가 매년 반복되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부 나라에서는 과태료를 불가피하게 지출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있지만, 매년 수십 건의 제재가 이뤄지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은행들의 신용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연간 과태료만 수백억원에 달할 때도 있어 해외 영업점의 사업성에도 부정적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해외 제재를 보면 현지에서 과도한 법률 때문에 준조세처럼 생각하고 과태료를 받아들이는 차원의 것도 있다”며 “반면 우리보다 성숙한 문화에서 요구되는 제재 같은 경우에는 더 철저한 관리 감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형 제재 건이 생기면 부실 위험이 전이되거나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해외 영업점과 관련해 의사결정이 본점이나 경영 지휘자, 이사회 등까지 보고가 잘 들어갔는지, 발생한 문제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있는지 등을 늘 신경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은행들도 자체적으로 해외 영업점의 내부통제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은행은 글로벌 그룹 자체 리스크 강화를 위해 올해 ‘글로벌 리스크 매니지먼트 카운슬(Global Risk Management Council)’을 신설할 계획이다. 분기 1회 이상 개최해 국외 영업점들의 신용도 리스크를 관리하고 자산건전성도 점검한다. 상반기 중에 중국과 인도네시아 법인을 대상으로 운영한 뒤, 영업점을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은행도 국외점포에서 현지 법률자문기관을 통해 은행과 현지 법률과의 정합성을 점검하고 전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국외 점포의 내부통제 담당과 본점 내부통제 담당 부서에서 리스크 관리 실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본점 감사부와 현지 전문기관도 이와 별개로 독립적인 감사를 실시 중이다. 특히, 지난해 무더기 과태료를 받은 인도네시아 영업점의 경우 보고서 작성 오류를 최소화하기 위해 차세대 전산 시스템을 다음달 도입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유관부서 합동 현장점검을 통해 주기적으로 국외점포의 개선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아울러 은행 감사부 내에 글로벌감사 담당팀 규모를 키우고 현장감사도 확대 운영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5월 ‘국외점포 내부통제지원시스템’을 도입해 국외임직원 내부통제 교육과 바뀐 규제환경에 국외점포가 적시 대응할 수 있도록 동향 점검과 모행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김승원 의원은 “국내 시중은행들이 해외 당국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제재를 받는 것은 내부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방증”이라며 “은행 자체적으로 통제를 강화하는 것에 더해 금융 당국도 감독을 강화해 해마다 발생하는 은행들의 과실 및 부정행위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