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입찰가와 호가 10억 이상 차이
물건가액 점점 오르자…낙찰가율도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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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리센츠 아파트 단지. 김희량 기자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토지거래허가제도(토허제)가 해제된 후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의 매물이 싹 사라졌다. 집주인은 값을 올려 다시 내놓고 채권자들도 가격 상승을 기다리며 경매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낙찰가율도 점점 높아져 매도 우위 현상은 지속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시가 토허제 해제를 발표한 지난 12일 채권자 한국비즈니스금융대부는 송파구 잠실 잠실엘스 전용 119.9㎡ 물건에 대한 경매 취하 보고서를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제출했다.
해당 경매는 잠실엘스의 소유권자가 채권액 약 22억1000만원을 갚지 못해 매물로 나온 사례로, 지난해 12월 16일 한 차례 유찰된 바 있다. 예정대로 지난 17일 2차 매각이 이뤄졌다면, 감정가(37억7600만원)에서 20% 하락한 27억8080만원부터 경매가 이뤄질 매물이었다.
전문가들은 해당 아파트가 토허제의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송파구 잠실동의 대장주 아파트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중 한 곳이라는 데 주목하고 있다. 물건가액이 상승하고 있으니, 채권자가 매물을 지금 경매시장에 매각하기보단 보류하는 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재 해당 면적을 매물로 내놓은 집주인들은 40억원까지 호가를 부르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위원은 “아파트 값이 상승할 때 채권자가 경매를 취하하는 사례들이 지난 2021년 많이 있었다”며 “경매에서 처분하는 것보단 매매시장에서 처분하는 게 채권자나 채무자 입장에서 더 이득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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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잠실의 대장주 아파트들은 토허제 해제 발표 전부터 거래가가 훌쩍 뛰었다. 잠실엘스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토허제 해제를 시사한 후 전용 84㎡가 28억1000만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으며, 트리지움 전용 59㎡도 22억5500만원에 팔려 신고가를 다시 썼다.
토허제 해제로 갭투자가 가능해지면서, 집주인들이 호가를 3억원씩 올리는 사례도 속속 나온다. 대치동 대장주로 꼽히는 ‘래미안대치팰리스’의 경우 전용 151㎡ 매물의 호가가 지난달 55억원에서 60억원대로 5억원 이상 올랐다. 구축인 대치삼성 1차 아파트도 전용 97㎡ 호가가 35억으로 한달 전 실거래가 31억 대비 4억을 더 부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20일 발표한 ‘2025년 2월 셋째 주(지난 17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0.06% 상승했는데, 토허제 해제 호재를 입은 강남구와 송파구 중심으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송파구는 전주 대비 0.36%가 올랐고, 강남구도 대치·청담동 위주로 상승하면서 한 주 만에 0.27%가 올랐다.
‘가격 상승’ 기대가 커지자 경매시장에서 토허제 해제 지역의 낙찰가율도 점점 상승하고 있다. 올해 들어 경매가 이뤄진 잠·삼·대·청 내 아파트의 평균 매각가율은 97.02%를 기록했다. 이는 전국의 아파트 평균 매각가율(94.27%)보다 2.75%포인트 더 높은 수치다.
낙찰가도 감정가를 웃돌고 있다. 지난 달 16일 매각이 이뤄진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4㎡의 경우 감정가의 102%인 41억1906만원에 낙찰이 이뤄졌다. 이달 6일 매각이 진행된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2 전용 244㎡도 감정가의 110%인 96억5131만원에 낙찰됐다.
한 부동산자산관리 업계의 전문가는 “토허제 해제로 여기저기 신고가가 나타나자 최근 ‘안 판다’며 돌아서는 집주인들이 더 늘아나는 상황”이라며 “매매시장이든 경매시장이든 ‘매도 우위’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