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북한 핵보유국 인정 후 핵 동결”
‘민주당 안보 공약 검토’ 주장도…논란 예상
“핵 문제, 정치권 공동주제…정파 전유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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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법 개정안에 대한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문혜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우리나라가 평화적인 핵 능력 보유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북핵 문제를 둘러싼 정치권 논의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기 대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정치권이 경제·민생 논의에 이어 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정책 경쟁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직 일부 인사들이 개별적으로 주장하는 상황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여야가 긴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에서 한국의 역할과 대응 전략을 고민해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국가정보원 제1차장 출신인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초선·인천 부평구을)은 우리나라가 일본 수준으로 ‘평화적인 핵 능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묻자 “물론(동의)이다”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박 의원은 이전에도 “민주당은 스스로 핵무장을 금기시하는데, 이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제) 협상에서 우리가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려면 어느 정도 핵 보유 가능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각에선 당 차원에서 대선 공약으로 한국의 핵 이용 권한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까지 제기됐다. 현재 우리나라는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미국의 동의 없이는 20% 미만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없다. 핵연료 재처리 또한 금지돼 있다. 반면 일본과 미국의 원자력협정은 두 조항 모두 가능하고 플루토늄 생산도 할 수 있다. 이에 우리나라도 일본 수준의 핵 능력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와 민주당이 견지해 온 기존 입장은 물론 핵확산금지조약(NPT)에도 벗어나는 주장으로, 당내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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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질의 중 항의하던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연합] |
전날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완전한 비핵화를 끌어내는 ‘3단계론’을 꺼내기도 했다. 3단계론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 ▷북한 핵확산금지조약(NPT) 재가입 유도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통한 핵 동결 및 확산 금지 ▷미국의 북한 체제 보장 및 경제동결 조치 해제 후 북미수교 등의 순서로 완전한 비핵화의 길로 가자는 것으로, 박 의원은 이전부터 이같은 주장을 설파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국회한반도평화포럼 인사말에서 “북핵 능력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더는 무책임하고 비현실적인 핵무장론과 같은 주장으로는 대한민국의 안보도, 국제사회의 지지도 받을 수 없다”며 “예상했던 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20일 취임 직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했으며, 대북정책의 전환 가능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3단계론 추진을 촉구했다.
외교가에선 박 의원 주장이 현실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박 의원 주장은 비핵화의 최종상태를 ‘핵시설·핵물질·핵무기 폐기’로 규정하고, 단계적 합의·단계적 이행방식을 하자는 것”이라며 “우선 핵시설의 동결부터 시작해, 서로 원하는 것을 단계적으로 주고받는 일종의 스몰딜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양 교수는 “트럼프 1기 및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검토한 방식으로, ‘핵군축적 과정을 통한 비핵화’로서 현실성있는 제안이라고 평가한다”고 했다.
이에 당 지도부는 일단 선 긋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통화에서 “개인 의원 입장으로 보면 될 것 같다”고만 했다. 그는 다만 북핵 문제와 관련해 이재명 대표가 입장을 낼 가능성을 두고 “지금은 없다”며 “시점이 되면 말씀드릴 기회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핵무장 주장은 한미동맹을 훼손시키는 발상일 가능성 높다”며 “이런 것이 ‘안보 포퓰리즘’이다. 미국·북한이 핵을 갖고 있고 미국이 뉴클리어 파워가 있으니 핵무장을 하자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조기대선 가능성에 따라 여야 정치인들의 ‘안보 이슈 띄우기’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윤상현·나경원 의원도 이전에 핵무장론을 꺼내든 만큼 여야를 떠나 북핵문제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나오고 있다는 얘기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핵무장론 등이) 이제는 어느 한쪽의 전유물은 아니다”라면서 “북한의 핵 문제나 이에 대한 대응 방안에 관해 관심이 있는 정치인들이 대선을 앞두고 주목도를 끌고자 하는 언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