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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우리쌀·우리술 K-라이스페스타’에서 관람객이 우리쌀로 만든 전통주들을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있다. [연합] |
정부 내놓은 ‘전통주 산업 활성화 대책’ 내수용 정책 한계
日 사케, 2021년 ‘K-전통주’ 수출액 역전…“고급화·다변화”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가 ‘전통주 산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내놓은 정책의 대부분이 ‘내수 수요’ 확대를 위한 정책에 그쳐 수출 확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가운데 일본은 적극적인 사케 수출 전략으로 수출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이 탓에 과실 발효주, 청주, 약주, 탁주, 인삼주 등 한국 전통주를 모두 합한 수출 실적이 2021년 일본 사케 단일 주종의 수출액에 역전 당했고, 2023년 기준 그 격차가 600만달러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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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케-한국 전통주 수출액 추이 |
22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과실 발효주, 청주, 약주, 탁주, 인삼주 등 한국 전통주 수출 규모는 지난 2015년 약 1920만달러에서 2024년 약 2400만달러로 최근 10년 새 24.0% 증가했다. 이에 비해 일본 일본주조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사케’ 단일품목의 수출액은 2015년 약 950만달러(105억엔)에 불과했지만, 2023년 약 3000만달러(410억8000만엔)으로 무려 215% 급증했다.
전통주 수출액 규모는 2020년까지만 해도 일본 사케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2021년을 기점으로 추월당했다. 사케 수출액은 2020년 1750만달러에서 2021년 2930만달러로 급증하면서 해외 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었다. 2023년 기준 사케(3000만달러)와 한국 전통주(2400만달러)의 수출액 격차는 600만달러에 달한다. 2022년엔 사케(3470만달러)와 전통술(2470만달러)의 격차는 1000만달러였다.
쌀 소비가 줄자 이를 ‘고부가가치’ 상품인 사케로 이를 극복하려한 일본 정부의 전략이 주효했다. 실제 일본의 1인당 쌀 소비량은 1965년 118.3㎏으로 정점을 이룬 후 2022년 50.9㎏까지 떨어졌다. 일본 정부는 주조용 쌀 품종인 ‘야마다니시키’ ‘고햐쿠만고쿠’ 등의 재배를 권장했고, 농가들은 이를 계약재배 형태로 생산해 양조장에 공급한다. 2021년 기준 약 18만4000톤의 쌀이 사케 제조에 쓰였다.
특히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주요 수출 시장 외에도 중동,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고, 할랄 인증 등 이슬람 국가 진출에 공을 들였다. 2019년엔 일본농협(JA)이 수출 전용 사케 브랜드 ‘도쿄 제트원(TOKYO Z1)’을 선보이며 수출시장에 뛰어들었고, 현지 박람회와 수출 지원 프로그램도 한 몫 했다. 우리 정부가 넘쳐나는 쌀을 감당하지 못해 직불금 등으로 쌀 재배를 줄이려고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최근 우리 정부가 발표한 ‘전통주 산업 활성화 대책’ 역시 수출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기관 클린카드로 선물용 전통주 구매를 허용하는 등 대부분 ‘내수 수요’를 위한 정책에 그쳐 수출 확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것이 대부분이다. 실제 정부가 전통주 수출을 위해 내놓은 대책은 외교 행사에서 전통주를 건배주로 활용하고, 공항 면세점 입점 우대 등에 그친다.
한편, 정부는 전통주 수출액을 오는 2027년 5000만달러(719억원)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20일 청주시 소재 전통주 제조업체 조은술세종을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에서 사케 제조에 쓰는 쌀이 연간 30만톤인데, 우리는 현재 5600톤 수준”이라며 “5년 내 연간 3만톤 정도 우리 쌀을 쓸 수 있도록 전통주 시장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